원래 올란도 lpg를 갖고 있었는데 출퇴근하는 저와 전업주부인 와이프가 동시에 차 쓸 일이 생기는 날도 간혹 있고 캠핑 시작한 지 4년쯤 되었는데 짐이 갈수록 늘어서 카니발을 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번 신형을 사고 싶었는데 할부도 싫고 대출금을 늘리기도 부담되던 차에 엔카 검색해보고 8인승으로 구조벼경된 400만원짜리 08년식 그랜드카니발 lpi를 발견했네요.
개인거래보다는 매매상에게 사는 편이 깔끔하겠지, 기본적인 정비는 하고 팔겠지 하고 갔는데 다행히 허위매물은 아니었어요. 22만키로였는데 시동도 한번에 켜지고 무사고라고 하고, 뭐 외관은 연식 감안하면 깨끗한 편인 거 같았고.
인터넷상 가격은 400이었는데 세금과 이전대행비에 이것저것 합치니 496만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부부가 같이 가서 뭐에 홀린 듯이 '괜찮네' 하고 사왔습니다.
근데 ... 제대로 확인 못한 제 잘못인데 일단 보조석 쪽 등속조인트가 터졌네요. 운전석 쪽도 상태가 좋진 않았고요. 핸들 돌릴 때마다 소리가 나서 재생부품 사다가 동네 카센터에서 교체했는데 부품비와 공임비 합쳐서 25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2채널 블랙박스가 달려 있긴 했는데 정상작동하는지 물어보니 뭐 배터리 방전 위험이 있고 어쩌고 얼버무렸었는데 잠시 작동하다가 에러 떠서 카센터에 물어보니 후방카메라 블랙박스 배선을 개판으로 해놔서 배선을 갈아야 한다네요. 실제로 날카로운 금속 모서리에 갈려서 단선된 것 같았습니다. 카센터 사장님 말로는 전 차주가 없는 손재주로 직접 한 것 같다네요. ㅎㅎ 걍 후방 카메라 쪽 케이블을 빼고 1채널로 사용 중입니다.
그 밖의 문제도 자질구레하게 많아요. 앞타이어가 완전히 마모되다시피 해서 특히 내리막이나 비오는 날 운전이 위험할 거 같아서 중고로 2짝 10만원에 갈았고, 오디오패널 볼륨버튼 고장났고, 운전석 쪽 실내등 패널도 깨져 있고(작동은 함), 본네트가 처음 며칠은 잘 열리더니 그다음부터는 뭔가 뻑뻑해져서 힘줘야 열리고, 본테트 쇽업쇼버 다 삭아서 조만간 교체해야 할 것 같고, 커텐작업 했었는지 플라스틱 내장재에 여기저기 구멍 뚫려 있고, 전 차주가 DIY로 2열시트에 열선 설치했다는데 고장이고, 2열시트 각도조절도 잘 안되고, 2열 슬라이딩도어가 안에서는 잘 안 열립니다(매장에서 두어 번 열었을 때는 열렸습니다.)
중고차야 꼭 필요한 부분만 고치고 운행에 지장없는 부분은 걍 냅두고 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아주 조금씩만 손보고 있습니다. 부품 사서 직접 고칠 수 있는 건 직접, 돈 주고 맡겨야 하는 건 맡겨서 고치고는 있습니다.
다행히 (장담할 수는 없지만) 뜯어보니 무사고는 맞는 것 같네요. 엔진과 미션에도 이상은 없는 듯합니다. 그런데 전 차주가 그리 야무지지 못한 솜씨로 이것저것 DIY 하고 왠만한 잔고장은 그냥 냅두면서 탄 차인 거 같네요. 매매상도 경정비조차 안 하고 어리숙한 저에게 차를 팔아버린 거고요.
제일 좋은 점은 적재공간이 넓어서 캠핑짐이 많이 들어가고 2열에 앉을 두 아이 사이의 좌석을 접을 수가 있으니 아이들이 덜 싸운다는 점이네요.
결론적으로 저의 불찰이고 마누라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고 해서 걍 타기로 했는데, 매매상이 차를 어느 정도 고치고 상품화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거 같네요. 전 차주에게 인수받고 그냥 광택만 내서 판 거 같습니다.
암튼 차라리 띠띠빵빵 같은 카페에 나온 차주가 좀 관리한 매물을 중고차검수대행업자 대동하고 사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결론입니다. 돈이 좀더 있으면 K카에서 상태가 더 양호한 차로 샀을 텐데. ㅎㅎㅎ 물론 이 차는 최소한의 수리만 하고 그냥 아껴주면서 캠핑 때 요긴하게 탈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