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올린 글에 이어서 이후 상황을 올려 드립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car/15352276CLIEN
(카테고리에 '연재'라는 칸이 있어서 그렇게 올립니다.^^ 용도에 틀리면 '이야기'로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가족용 세단이 한 대 있고, 부인과 큰 아들용 차량이 있는 관계로 한 대를 더 구입하면 총 4대가 되는 관계로 계속 주저주저했지만 그래도 더 이상 미루기 보다는 한걸음씩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또한 저의 펀카의 정의는
써킷에서 고속으로 밟고 산길에서 횡G의 느낌을 마구 마구 느끼며 밟는 것이 아니라
힘센 차량을 넉넉하게 편한 속도로 머리를 휘감아 도는 바람을 느끼며 하늘과 하나가 되는 듯한 개방감을 느끼다가 간혹 직진코스나 차량이 드물어질때 힘껏(? 그래봤자지..^^) 속도를 내보는 그런 종류의 운전을 즐기는 쫄보 아재의 펀카 드라이빙 패턴임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저의 조건은
첫번째, 4륜 구동일 것! 아니면 전륜 (겨울에 후륜으로 고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둘째, 트렁크에 골프백이 최소한 하나는 들어갈 것!
셋째, 가급적 크기는 BMW 3 시리즈 정도일 것!
이상의 상태에서 여러 후보군을 돌아 돌아
지난번 9월초까지만 해도 좁혀진 후보군은
911 (997또는 991) 카브리올레 (또는 Targa : 우아하게 이쁘지만 고속 주행시 와류와 비좁은 개방감으로 탈락)
Corvette C7 (이왕이면 컨버터블)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정도에서 끝나면서 저의 실질적인 차량 구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키보드 시승을 하면서 마세라티는 페라리 엔진이고, 연식이 오래된 느낌이 들면서 유지보수 비용이 의외로 많이 든다는 걱정때문에 일단 탈락이 됩니다.
물론 오너분들은 여러 댓글로 유지비가 생각보다 안든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저는 아직도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중년 아재 가장이므로 금전적인 것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페라리 캘리포니아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스파이더가 그 자리를 꾀차고 들어옵니다만, 오랜동안 저의 마음을 싱숭생숭 하게 만들어 놓다가 시승 직전에 두 대 모두 이런 저런 이유로 최종 단계에서 탈락되고 맙니다.)
사실상 이 단계 쯤 오면서 저의 개인적인 마음은 콜벳으로 거의 기울어진 상태였습니다.
실물을 접하기전까지는 말이죠….
저는 8기통의 자연 흡기에 대한 기대가 꽤 컸었나 봅니다.
또한 저의 꿈을 키보드를 통해서 키워 나가면서 환상이라는 모습이 더해졌던 것 같구요.
더군다나 대학생때 미국 오토쇼에 우연히 관람하러 갔을 때 당시 (아마도 4세대 C4) 콜벳 컨버터블(현지 발음은 컨버러블~) 운전석에 앉아서 본 바깥 세상은 제 어깨까지 올라온 운전석 도어가 나를 감싸안는 듯한 느낌으로 저를 압도했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설랬던 차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물을 보는 순간…
그리고 여기저기 차량을 찬찬히 둘러보고
시승을 하는 동안
인터넷에서 보던 그대로
차량도 멋지고
시트도 환상적이고
엔진소리도 부릉부릉 좋은데
참…. 뭐랄까…..
저의 환상과는 좀 맞지 않는 느낌이 저를 계속 마음이 불편하게 만들더군요.
게다가 지상고가 낮아서 지하 주차창이나 범프에 민감하다는 태생적인 슈퍼카(?)의 단점이 생각외로 부각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의자는 멋있을수록 불편한 것 같습니다. (써킷에서 운전할 때는 편하겠지만요….)
이렇게 거의 확정적이었던 또 하나의 후보를 마음에서 놓아주고나니 남는 것은 역쉬~~~ 911 이었습니다.
그래. 역시 남자는 포르쉐~이지..
이제 나름 데일리카로 최종 단계인 뽀르쉐로 결정하는 거얏 !!
오~랜 고민과 방황 뒤에 찾아온 평화였습니다.
(속이 시원~한 위장약 짤!.jpg)
이제 수 많은 경우의 수에서 두세 가지만 찾으면 되는 경우의 수로 좁혀진 것이었습니다.
일단 911
무조건 카브리올레
그리고 가급적이면 4(륜)
거의 무조건 통풍시트 옵션!
이왕이면 992 자연흡기 모델
아니면. 997 터보 카브리올레(???? 자꾸 보다보니 그렇게 밉지는 않네요)
다시 한 번 포르쉐 센터에서 911(992)를 시승해 보면서 역시 좋네~~를 연발하며 제 마음은 결정이 되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돈이 부족하니 1억대의 991과 아예 저렴하게 4천대의 997, 둘 사이의 중간 단계의 997 터보 3가지에서 매물을 검색하며 Google Spreadsheet를 채워 나갔습니다.
더 이상 자동차 이야기는 지겹다는 집사람이 이 번에 펀카를 추가하면 무조건 5년은 자동차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라는 훈수를 들으면서 제 머리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 잠깐만….
내가 돈 아끼려고 4천만원 짜리 997을 사면 손해인데??
그럼 무조건 1억대 991로 가야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집사람은 인정하지 않지만 1000만원당 6개월 동안 자동차에 대해서 ‘아닥!’ 이라는 조건을 주장하며 계속 매물 검색을 하였습니다.
(4천만원이면 2녀간. 8천만원이면 4년간 아닥의 세월이 되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거의 마음속으로는 매입을 결정지었던 첫번째 991 카브리올레를 시승하면서 뭔가 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원하는 조건에 모두 맞는 차량이었는데 왜!! 왜!! 마음에 들지 않는 거냔 말이닷!!!
911 (991)은 정말 훌륭한 차량이 맞습니다.
슈퍼카에 준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보험료도 과하지 않고
유지비도 적당하고
유지보수 수리도 용이한 편이고
데일리로 운용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적은 그런 다목적 차량입니다.
게다가 저처럼 허리가 안좋은 사람도 단시간의 운행에는 전혀 불편하단 느낌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남들은 좋다고만 찬양일색인 배기음이………
이 아재의 귀에는 그렇게 좋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네. 바로 개취 맞습니다)
판매자는 자신이 심취해있는 스포츠 배기의 우렁참을 뽐내기 위해서 빠바바방!!! 두두두두두둑 하며 팝콘을 튀겨 주셨지만. 오히려 저는 그 소리가 그렇게 신나거나 아름답게 들리기 보다는
‘아.. 이거 동네 민폐인데…’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고
길거리에서도, 밤이나 새벽에 집에서도, 저처럼 차를 좋아하는 사람조차도 커다란 엔진소리가 들리면 '이야~~ 멋있는걸!!'이라고 하기 보다는 '아이.. 좀 자제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을 보면. 제가 그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왠지 불편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마세라티의 그란카브리오의 배기음이라면 좀 더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재규어의 F-type 이었어도 달랐을지 모릅니다.
근데. 이상하게 911의 배기음은…… 크기는 한데 시끄러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저 개인만의 생각이니 오너분들의 항의는 정중히 사절하겠습니다.)
게다가 두번째.
저는 연식이 오래된 아재이기 때문에 스포츠 주행시에는 패들 쉬프트 보다는 스틱을 앞뒤로 하면서 수동변속의 느낌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과거에 인피니티 M35를 운행할때도 그랬고.
지금은 큰 아들이 몰고 있는 BMW 320i도 그렇고….
매뉴얼 모드에서 기어스틱을 땡기고 밀때에는 뭔가 쫀득하게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포르쉐 911(991)의 경우에는 밀고 땡기는 스트로크가 매우 짧더군요.
변속을 할 때마다 뭔가 슉 밀어주고 솩 땡겨주는 느낌이 조금 들어야 하는데
밀어도 밀다가 마는 느낌이고. 땡겨도 땡기다 마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그 스트로크 길이가 짧아서인지 들어가는 느낌도 쫀득하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992의 생기다만 하드 막대기처럼 생긴 작고 짧은 변속기는 더욱 더 맘에 들지 않습니다.
수동 모드가 있더라도 어우야...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패들 쉬프트를 쓰지 수동기어처럼 사용을 안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동모드의 변속은 제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합니다.
혹시 압니까? 5년 뒤 아닥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이 시원찮은 도가니로 수동을 타고 있을지??
하지만. 10여년전 포르쉐 드라이빙 스쿨에서 몰아본 991 수동 모델은 써킷에서 조차도 3단까지밖에 쓰지 못했었고. 저의 허약한 하체로는 서울 시내를 다니기도 힘들만큼 크러치가 뻑뻑했었기에 911 수동은 포기합니다.
혹시 크러치 낭창낭창한 수동 모델이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그래서 슬슬 결정되었던 마음이 또 흔들흔들 하기 시작합니다.
아… 어쩔것이냐.. 이 우유부단의 극치야~~
그러면서 예상치도 못했던 후보가 부상을 합니다. (오잉~~~??)
저는 이번에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지난번의 드림카 어리둥절 구입기 (부제 : 고마워 여보~) 에서와 마찬가지로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car/13199068CLIEN
왜 항상 A와 B를 고민하다 C를 선택하는 것일까?
나는 우유부단하기 때문인건가?
아니면 너무 키보드 팔랑귀인가?
아니면 결정장애 수준의 정신병적인 문제 수준인가?
저의 결론은 A와 B를 비교하면서 수집된 온갖 정보로 인해서 지식이 쌓이고 이로 인한 새로운 눈이 뜨이면서 좀 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면서 C를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생긴다는 결론으로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현재는 그 C라는 모델을 구매 진행중인 관계로
연휴가 끝나는대로 인생 최초의 경험인 리스 승계를 통한 저의 펀카 구입기 최종회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저는 이만 넷플릭스나 보러 가렵니다.
혹시 댓글 답글을 달지 못해도 그러려니 이해해 주세요.
모두들 남은 연휴 시간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가격 비슷하면 그놈이 그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가격에 맞는거 적당한거 큰 고민없이 골라서 타는데 말이죠 ㅋㅋ
이게.. 경험(+나이 등)에 따라서 취향도 달라지더라고요.
해서 차 출고할때 이런게 별로네~ 했던 것도
막상 타서 몰다보면 '헐 이게 이래서 이렇게 한거구나..' 새로 깨닫게 되더라구요. ㅋㅋ
내 취향에 맞는 차를 고르기보단, 그 차에 내 취향을 맞추는게..
스스로의 시야가 좀더 높아지는 효과? 경험치대폭획득? 뭐 좀더 발전적인것 같아서,
전 차에 제 취향을 맞추는 쪽을 더 선호합니다. 아.. 도저히 안되는 경우도 가끔은 있지만요.
엔지니어의 뜻을 알아가시는....^^
즐거운 자동차 라이프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