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에 대해 이런식으로 강화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고 때문에 이 법은 반드시 재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에 입법된 윤창호법과 비교해봐도 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량이 말도 안되게 무겁다는걸 쉽게 아실 수 있을겁니다.
우선 어제 개정된 특가법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 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 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 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 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 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 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입니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1)어린이보호구역내의 속도제한 조치를 준수하지 않거나 (2)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에게 과실치사상(사망 혹은 상해)의 죄를 범한 경우
보다 강력하게 형사처벌(벌금 혹은 징역형)하겠다는 내용입니다.
(1)번 같은 경우에는 표지판에 쓰여있는 그 제한속도만 지키면 운전자는 그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지만 (2)번같은 경우에는 안전운전의무(주의의무)라는 아주 포괄적이고 또 판사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어마무시한 의무입니다. 저는 업무상과실의 유무를 가르는 이 주의의무 때문에 사망사고시 오히려 피해자가 더 손해를 보든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특법상 12대중과실이 아니고 종합보험에만 가입되어있다면 형사처벌을 면해주는 등 운전자편의위주인 부분이 많습니다. 운전자의 과실로 일어나는 여러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다소 눈감아주자는 것이죠.
반면에 이러한 법체계의 반대급부로 보행자가 보호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행자와 차와의 사고에서는 정말 정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운전자는 과실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이 꾸준히 과실범의 처벌을 완화하는 신뢰의 원칙을 유보하고 있디 때문입니다.
만약 교특법으로 운전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법제도 하에서 운전자가 (12대 중과실이 아닌)사고를 일으켰고 이 사고에서 약간의 과실이라도 있다면 교특법 제3조 1항(혹은 형법상 과실치상죄)에 따라 5년이하의 금고, 혹은 2천만원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어 운전자는 전과자가 됩니다.
하지만 현행 법제도에서 교특법으로 운전자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때문에 법원 입장에서도 운전자에게 과실을 좀더 쉬이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는 보상을 쉽게 받을 수 있으며 운전자 입장에서도 약간의 금전적인 손해만을 감수한다면 억울한 과실도 참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왜냐면 전과자가 되어 얻는 신분상의 불이익을 면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실범에 대해 무조건적인 형사처벌이 이루어지는 특가법개정안이 공표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단 스쿨존내에서 어린이가 다치거나 사망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운전자가 본인이 조금이라도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운전자는 필사적으로 무죄를 주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과실이 조금이라도 잡히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이 형사처벌의 형량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현행 교특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12대중과실위반의 경우도 합의만 잘 하면 거의 벌금형으로 끝나는데 특가법개정안은 어린이 사망의 경우 거의 얄짤없이 징역형입니다. 설사 합의가 되어 집행유예가 되더라도 신분상의 불이익은 면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법정에서 과실의 유무에 대한 치열한 다툼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만약 운전자의 과실이 0이 된다면 유족은 거의 한푼도 못받게 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어떠한 합의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무죄주장하는데 어떻게 합의를 하나요. 개정된 특가법의 형량이 무거운 이상 아마 법원에서도 과실의 유무에 대해 좀더 엄격하게 판단할 수 밖에 없을것이고 이게 보행자에게 유리한 변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차대보행자 사고에서 가해운전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해주어 보행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배상과 보상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고 운전자에게는 어느정도의 과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면제해주어 조금더 안심하고 운전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누가봐도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라도 운전자에게 과실을 책정하여 보행자에게 금전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열어두고 있고 누가봐도 보행자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라도 운전자는 형사책임을 면하는건 이러한 법제도하에서 나타나는 불합리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줄요약하자면 현재 민식이법은 운전자가 필사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게 만들어 (1)합의를 어렵게하고 (2)지리한 법정공방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시간적 정신적으로 손해이며 (3)그동안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유보해온 신뢰의 원칙을 보행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적용하게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마찬가지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주의의무불이행에 의한 과실부여를 현실화 하던지, 어린이보호구역에 맞는 새로운 의무를 규정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전에 이런유튜브도 올라왔네요. 아마 이게 민식이법적용대상 사건이었다면 엄청난 논란이 됐을듯 합니다. 현재 대법원입장이라면 해당사고 운전자 과실0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만약 강화된 특가법적용대상이라면 판사도 쉽게 과실치상으로 의율하진 못할겁니다.
음... 이 동영상은 좀 씁슬하네요. 법을 떠나서 우리나라도 사람이 도로에 있을 땐 여유를 가지고 특히 조심했으면......
우리나라에서는 교특법상 12대중과실이 아니고 책임보험에만 가입되어있다면 형사처벌을 면해주는 등 운전자편의위주인 부분이 많습니다. 운전자의 과실로 일어나는 여러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다소 눈감아주자는 것이죠.
=>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만 그런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