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작법서들이 꽂힌 곳에서 제목에 끌려 데리고 왔다. 알고 보니 마루야마 겐지는 그전에 다른 책에서 작가와 작품 소개를 읽었던 글 잘 쓰는 일본 소설가였다. 아직 그의 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한동안 소설을 쓰고 싶어 문예 창작을 공부하기도 했는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저자는 소설 쓰는 아주 좋은 방법을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일단은 무조건 400자 원고지 100매 정도를 쓴다. 그리고 보통은 문예지나 신춘문예에 보내는데 그러지 말고 하나를 더 쓴다. 세 개를 쓴 후에 그중 잘 된 것으로 하나를 보낸다. 그 이유는 등단 이후 글쓰기가 더 어려워지고 부담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보낸 후에 기다리는 동안 다시 네 번째 소설을 쓴다. 총알을 준비하듯 여러 개를 쓰면 다음 작품이 이미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고, 네 개를 쓰는 동안 글쓰기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있다는 좋은 점이 있다.
물론 꿈같은 이야기다. 사실 소설 하나를 쓰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다. 세 개를 써서 그중 하나라도 당선되면 좋겠지만 많은 이들이 수없이 고배를 마신다. 책의 뒷부분은 등단 이후의 이야기여서 거리가 좀 있긴 하지만 소설가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노트 여러 개를 여기저기에 두고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한다. 이건 비단 마루야마 겐지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뒤에 읽고 있는 ‘소설을 살다’의 이승우 님도 소설은 메모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마루야마 겐지는 영상과 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영상보다 선명한 언어로 글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언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타자로 쳐서 쓰는 것보다 펜으로 글자 하나하나를 만들어가는 중 번뜩이는 기회를 얻는다고 한다. 소설과 관계없는 사소한 것이라도 수시로 기록하다 기록이 쌓이면 큰 노트에 정리하는데 이것이 소설가의 생명이자 재산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동안에는 쓰고 있는 글에 대해 편집자에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이 신선했다. 말하는 순간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완성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고독을 친구 삼아야 한다고 하였다. 주변을 정리하고 고독과 싸워 이겨 초월해야 진정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대외 활동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심지어 소설가가 안이하게 에세이 쓰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 체력을 기르고, 술이나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시류에 휩쓸리거나 게으르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가의 길은 참 험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기한 게 그럴수록 도전의식이 생긴다. 하면할수록 어려운 바이올린처럼.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