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집에 관심이 많았다. 인테리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 키 작은 옷장과 책장의 그림을 그려 싱크대 만드는 공장에서 제작해 사용한 적도 있고, 가구 배치를 이리저리 바꾸는 것을 좋아한다.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꾼 적도 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이유일 것이다.
집을 고쳤다고 해서 처음에 내부 인테리어만 고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래된 작고 낡은 집을 사 중간에 추가로 지어진 부분을 들어내고 벽돌을 덧붙이고 내부와 현관 공사를 대대적으로 한 후 입주했다. 넓은 집들 사이 빨간 문 작은 집이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인부를 불러 공사를 함께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일한 덕분이었다. 수입은 줄었지만 시간과 자유가 생겨 집 공사를 꼼꼼히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 하는 것이라 서류상 문제들이나 공사 중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에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공사 후 다시 바꾸는 일도 있었지만 부부는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예쁘게 완성하고 6년 넘게 살고 있다.
그들이 집을 선택한 것은 마을이 좋아서라고 한다. 아파트가 아닌 크고 작은 개성 담긴 집들과 골목골목 예쁜 카페나 상점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쥐가 나올 것 같던 낡은 집은 새롭게 단장을 하고 앞으로도 수년 혹은 수십 년을 더 주인과 함께할 것이다. 집이 바뀌면 삶이 바뀌기도 한다. 작지만 내 집이라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며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방의 용도를 이리저리 바꾸어 자신들에게 맞추어 나갔다. 싱크대를 새로 하고, 마당에 화단도 만들며 점점 애착이 가는 집으로 만들었다. 가장 부러웠던 것이 앵두나무 자라는 화단이다. 식물을 좋아해 집에서 여러 번 과일나무를 키웠지만 모두 실패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황금귤이라는 작은 나무를 또 샀다. 작은 열매가 맺혀서 왔던 나무는 일주일 만에 또 다른 꽃을 피웠다. 주택도 아니고 빗물도 받지 못하며 수정이 쉽지 않겠지만 잘 자라주길 바란다.
집을 정리하고, 여러 물건들이 산재하는 책장에 커튼을 만들어 달고, 집안 곳곳을 청소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고 있다. 저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불편한 복층, 손바닥만 한 마당이 딸린 12평 작은 공간에서 남편과 반려견, 그리고 동네 고양이들을 돌보고, 남편과 나눠 쓰는 지붕 아래 작업실에서 일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저자의 일상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중간중간 감질나는 작은 사진들을 보며 오후 햇살이 드는 마당을 가진 저자가 살고 있는 집을 상상해 보았다. 블로그나 인스타가 있으면 들어가 구경해보고 싶었지만 찾아보다 실패했다. 남의 책을 다듬는 일을 했다는 저자의 이 책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언젠가 이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저자가 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