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인테리어와 미니멀라이프에 관심이 많아져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참고할만한 영상들을 보다가 우연히 자취남 채널을 보게 되었다. 수많은 집소개 중에서도 살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며 구석구석 서랍까지 열어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보고 있다. 몇 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영상을 만들었는지 계속 봐도 안 본 게 또 나왔다. 성별도, 직업도, 나이도, 취미도 정말 다양했고, 주거 형태도 원룸, 오피스텔, 빌라, 아파트로 갖가지였고, 매매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도 제각각이었다. 집 구경을 워낙 좋아하는데 남의 집에 가서 냉장고나 서랍까지 열어볼 기회는 별로 없기 때문에 영상들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
살림 팁이나 추천 상품들도 있어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쿠팡을 검색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자석 비누 홀더나 싱크대 수건걸이, 압축봉이나 냉장고 정리용 손잡이 바구니 등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아이템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다. 재미도 재미지만 사람들의 아이디어나 기발한 상품이 이렇게 많은 걸 영상을 통해 알게 되고 구입해 실제로 편리하게 사용하니 일석이조다. 광고가 많다고 비난하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건 보는 이가 취사선택하면 되는 것이고, 어디에서 구입한 건지 정보를 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이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영상들 중 이 책이 자주 등장해서 책도 쓰셨음을 알게 되었다. 정사각형의 독특한 판형에 주황 바탕, 그리고 ‘HOME ALONE’이라는 귀여운 바탕 글씨와 살짝 비뚤게 붙은 라벨 모양의 책 제목까지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자주 가는 도서관에 검색하니 있어 얼른 가서 데리고 왔다. 영상 속 룸메(그 집에 사는 사람과 구독자)들마다 하는 이야기가 자취남 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잘 찍었다는 것인데 문체도 편안하고 정겨운 말투 그대로였다. 장난기가 많아 영상을 보면서도 자주 웃는데 책에도 그런 부분들이 있어 혼자 미소 지으며 읽었다.
저자는 주제별로 그동안 다녀온 수많은 집들 중 인상 깊었던 집 방문기도 소개한다. 나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보았던지 설명만 들어도 ‘아, 그 집’하며 떠올릴 수 있어 실감 나게 읽었다. 혹시 보지 않았던 게 있으면 유튜브에 키워드 검색으로 소개하는 집의 영상을 찾아가며 읽었다. 한동안 자취생활을 했던 저자는 이제 가정을 꾸리고 조금 넓은 공간에서 사무실 겸용으로 지낸다. 결혼한 부부를 대상으로 ‘유부남’이라는 채널도 운영하는데 본인의 결혼을 염두에 두고 새롭게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여유롭고 모든 게 갖춰진 ‘유부남’ 채널에 등장하는 집들보다 그에 비해 좁고도 무언가 부족한 듯 보이는 ‘자취남’ 채널에 소개되는 내용이 더 재미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도 사회 초년생 시절에 잠깐 자취를 한 적이 있다. 본가에서 대학까지 다니며 설거지는커녕 방 청소도 잘 하지 않고 요리는 라면밖에 할 줄 몰랐던 내가 자취를 시작했을 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북적이던 가족과 너무 멀리 떨어지기도 했고, 돈도 없어 갖추고 지내지 못해 좁은데도 썰렁했다. 중고 매장에서 산 침대와 냉장고, 작은 책상이 전부였던 나는 그래도 무언가 꾸미고 싶어 천을 사서 유리창에 압정으로 꽂아두기도 했다. 아침은 조그마한 전기밥솥 바닥에 깔리게 밥을 해서 근처 시장에서 산 반찬과 김으로 먹고 점심은 학교에서, 저녁은 퇴근길에 간단한 햄버거나 스파게티를 먹었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자취남’ 채널에 등장하는 많은 분들은 애착을 갖고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때로 근사한 요리도 하는 것이 대단하다. 누구의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소개된 룸메들 중 한 명이 집을 꾸미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길어야 2년 혹은 4년을 머무는 전세 혹은 월세 집이지만 정성을 들여 집을 청소하고 편안하게 가꾸다 보면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 같다.
영상을 보면서 우리 집이 계속 조금씩 바뀐다. 예전에는 식구에 비해 집이 좁다고 불평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영상을 보며 조금씩 바꾸니 내 집만큼 좋은 곳이 없다, 싶다. 책에도 복층이나 테라스에 대한 로망이 실제로는 실용적이지 않거나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결국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가장 좋은 곳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어디에 거주하든 수시로 청소하고, 큰돈 들이지 않고도 보다 효율적으로 지낼 수 있는 구조나 도구를 연구하고, 자신의 취향이 드러나게 꾸민다면 그곳이 바로 ‘스위트 홈’이 아닐까?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