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유튜버의 영상에서 이 책이 잠깐 나왔는데 제목에 작가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읽고 싶어 주문했다. 맨 앞 악기들의 박물관을 쓰신 김중혁 님의 글을 읽다가 잘못 산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그 일상이 궁금했던 것인데 다른 이야기들이 나와서였다. 표지에 소설을 쓰는 하루라고 했으니 언젠가는 글 쓰는 부분이 나오리라 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이 책에는 일곱 명의 작가가 자신만의 글쓰기 루틴을 소개하고 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는 부럽기 그지없는 풍경처럼 전업 작가들의 아침은 그리 빠르지 않다. 아침 식사를 못할 정도로 늦게 일어나는 이도 있었다. 작업을 하다 보면 밤을 새기도 한다는데 조금만 나이 들면 규칙적인 생활이 꾸준한 작가를 만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예전에 소설가를 떠올리면 술과 담배가 생각나던 시절이 있었다. 수많은 소설가가 실제로 글을 쓰는 동안 줄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이 책의 작가들은 건강을 생각하여 여러 운동과 산책을 하고, 차를 즐긴다. 물론 술과 친한 이도 있지만 많이 마시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하루 종일 글을 생각하거나 생각하지 않거나 한다는 것. 아침에 누워 어제 썼던 글을 떠올리고, 온종일 글바다를 헤엄치다 백지에 쏟아놓고, 머리를 싹 비우고자 영화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앉아서 백지를 메우는 시간도,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시간도 모두 글을 쓰는 과정인 것이다. 작가들 중에는 카페에서 작업하는 이도 있고, 집에서 편하게 글을 쓰는 이도 있다. 어떤 이는 예전엔 주로 돌아다녔다가 이제는 집에서 작업하기도 한다. 루틴을 벗어나면 더 글이 잘 써질까 하고 제주를 혼자 찾기도 한다. 한없이 부딪히는 파도를 보면서 글을 써 보지만 목표한 바를 이루지는 못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작가는 이 책의 네 꼭지를 채웠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작가들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글을 쓴다. 엉덩이를 붙인 채 꼼짝없이 그날 분량의 글을 쓰고, 정해진 필기도구나 기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손에 잡히는 대로, 심지어 남의 노트북을 빌려서 글을 쓰기도 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휘황찬란한 꿈을 잊어버릴 새라 일어나 노트에 옮겨 적었던 작가는 꿈 이야기를 소설의 재료로 사용했을까?
나도 요즘 글을 끼적이고 있다. 작년 여름부터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는데 처음 의도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글이 되었다. 편집자님과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글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한다. 이제 분량은 거의 채웠는데 다시 읽어보니 헤밍웨이가 왜 초고는 모두 쓰레기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뜨개질을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읽고 수정하는 중이다. 한동안 쓰기도 했던 소설은 이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언젠가 전업 작가가 되어 느긋한 아침을 맞으며 하루 종일 글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때가 올까? 너무 늦기 전에 그랬으면 좋겠다. 소설의 벽은 넘기 어렵겠지만. 작가가 꿈인 사람들에게 설레는 책이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