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주된 관심사가 인구감소 분야여서 유투브 채널 '일당백'에서 인구에 대한 얘기가 나오길래 유심히 보았다. 서울대 조영태 교수의 책 '정해진 미래'를 주로 언급하다 잠시 이 책을 보여줬는데 제목이 강렬해서 읽게 되었다.
안되는 일본어를 동원해 찾아본 원 제목은 '인구 감소 사회의 미래학' 으로 다소 평이한데 출판사의 마케터들은 어그로를 입혀서 나를 낚았다. 책의 내용은 괜찮았는데 제목 때문에 '인구 감소 사회의 장점을 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책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이 책은 저자가 10명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에게 인구감소 사회에 대해 고견을 요청하는 서문으로 시작한다. 10명의 공저자는 각자의 시선으로 사회의 기원과 인구의 변화에 대해 분석하고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미래사회의 모습을 예측한다. 어떤 글은 저출생보다 AI로 인한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기도 하고 인구 구조의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도 지적한다. 수도권에 인구, 특히 젊은 층이 몰리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비슷했고 언제냐의 문제일 뿐 저출산은 대부분의 나라에 오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할 부분이라는 말에도 수긍이 갔다. (주요 내용들은 '일당백' 영상에서 간간히 언급되니 영상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 )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서문에서 얘기한 일본 사회의 한 가지 특징이었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데 있어서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을 비관주의, 패배주의로 낙인 찍으며 온전한 복종을 미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일이 잘 되면 괜찮겠지만 계획이 망가지기 시작하더라도 완전한 파국에 이를 때 까지 누구도 다른 얘기를 못하는 사회 풍토는 때로는 개인의 책임을 묻지도, 해결책에 대한 고민도 어려울 정도로 시스템의 파괴를 낳게 된다. 전세가 기울어졌던 2차 세계대전 후반부와 거품경제 막바지의 은행권의 부실, 그리고 인구감소 대응책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분석한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이 폭발하고 10년이 지났지만 해결책도, 책임 추궁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떠올라 공감이 갔다.
나는 조영태 교수의 '정해진 미래'를 처음 읽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봤을 때는 충격적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이후 많은 기사와 분석, 의견들을 읽으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론 심각함은 걷어내고 담담히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출산이 인류가 세상에 적응해 가는 방법이며 기술일지도 모른다. 또한 수 십 년 후의 세상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지금의 짧은 지식으로 가늠하는 것은 너무나 오차가 큰, 그래서 무의미한 일이며 그런 예측에 기반한 걱정과 염려도 허무하게 사라질 것들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Life goe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