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서관에서 책을 여러 권 빌려 왔는데 이동 중에 읽으려고 책을 세 권이나 가방에 챙겨 넣고 다녔는데 차에서 마시던 물을 가방에 넣었다가 뚜껑이 열리는 바람에 책 세 권이 물에 모두 젖어버렸다. 아랫부분만이긴 하지만 말렸는데도 원상복귀가 안 되어 세 권을 새로 사서 반납해야 하는 참사였다. 신간 코너에서 빌린 새 책들이어서 중고 책은 그중 한 권만 사고 나머지는 새 책으로 구입했다. 우리나라 출판문화에 기여했다 치기로 했다. 그렇게 물 자국 있는 도서관 책 세 권은 내 것이 되었다. 이 책이 그중 하나이다. 얇아서 들고 다니며 읽기에 좋았는데 너무 빨리 읽어버렸다.
작가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았는데 그가 쓴 ‘객주’라는 소설은 많이 들어 본 기억이 났다. 이분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1950년대 상황을 너무 잘 그렸다 생각했더니 작가가 1939년생인 걸 보면 그가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을 떠올려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마당의 풍경이 생생하다.
가난한 집 아들인 준호는 아버지와 함께 읍내 장으로 간다. 처음 보는 장 구경에 준호는 새 고무신을 사고 신발가게 주변을 맴돌다 어머니가 생각나 신발가게 주인이 조는 틈에 어머니의 발에 맞을 것 같은 신발을 훔쳐 들고 달아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것과 어머니 것을 바꿀 생각이었지만 얼떨결에 자신의 신발을 내려놓지 못한 것이다. (준호의 변명인지도. 만약 그랬다면 조는 틈에 바꾸려 하지는 않았겠지.) 아버지도 놓치고 다시 신발을 돌려줄 기회도 잃은 그는 트럭을 타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제 강점기 동안 모조리 없어졌다던 호랑이가 나타나는 장면이나 결론 부분이 다분히 우화적인 이 이야기는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제목이 조금 의아하여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