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방에 들어앉아 있으니 도서관도 갈 수 없고, 빌려온 책들은 이미 읽거나 읽고 싶지 않거나 하여 책장을 쭉 보다가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뽑아 들었다. 이 책에는 나만의 사연이 있다. 운전하면서 들었던가? 잘 듣지 않는 라디오에서 이 책의 한 부분을 읽어주는 게 나왔다. 작곡을 전공하며 독일에서 유학하던 저자가 만난 한 일본 바이올린 전공생의 이야기이다.
혼자만의 조용한 여름방학을 꿈꾸고 있었던 저자의 3층 다락방에 난데없이 새 이웃이 생긴 것이다. 부지런한 일본 아이는 아침부터 조율을 하고 연습을 시작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페지오와 연결 부위만 주야장천 연습했던 것이다. 급기야 도서관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개강 연주회에서 일본 친구의 눈물 나게 아름다운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는다는 이야기였다. 차를 멈추고 책 제목을 메모했던 것 같다
그때 바로 사서 읽진 않았고, 내 블로그를 찾아보니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다시 생각나 헌책으로 구입했었다. 아버지는 황동규, 할아버지는 황순원 님이라 되어 있었다. 2007년 삼대에 걸쳐 작가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출간했던 이 책 다음에는 왜 아무 책도 내지 않았을까?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그게 나는 궁금하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책을 쓰는 사람의 마음으로 읽으니 이전에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더 마음에 다가왔고, 부분 필사를 하며 나도 이런 글을 쓰리라 생각했다. 내가 반했던 그 글은 전문을 공책에 옮겨 적기도 했다.
그때는 몰랐던 바이올린 연습 방법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게 아니고, 잘 안 되는 어려운 부분들만 무한 반복하는 것이다. 마음은 아는데 실천이 어렵다. 일본 여학생은 더운 여름날 3층 다락방에서 실천했기에 개강 연주회 날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는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 개의 후보 중 아버지가 골랐다는 책의 제목은 가 닿을 수 없는 예술의 경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뜻한다. 실제로 저자는 클레의 '황금물고기' 작품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놓친다. 책에는 예술에 대한 목마름으로 외국 여러 곳을 전전한 저자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에시이지만 음악가나 작품에 대한 여러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책에 소개되는 브람스 협주곡이나 독일 레퀴엠, 바르톡의 무반주 바이올린 곡들을 들으며 필사했다. 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은 책이다. 저자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책에는 그가 그린 멋진 그림들이 등장한다.
아마도 시간이 흐른 후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리라. 책은 늘 같지만 나는 달라진다. 다음은 또 어떤 느낌으로 읽게 될까? 현재 시카고에 살고 있다는 저자의 근황이 너무나 궁금하고, 다음 책도 꼭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목소리 리뷰
르 클레지오의 책은 제가 아직 읽지 않았는데 그 책과는 관계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황금 물고기는 클레라는 작가의 그림 제목이라 같은 걸 사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도 다른 제목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했어요^^
음악과 예술에 대한 사색이 있어 개인적으로 내용은 좋았습니다.
르 클레지오의 책도 좋은가 보군요.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