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코코아라는 말이 예뻐서 읽어보고 싶었다. 요즘 코코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나? 코코아 대신 핫초코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영어로 코코아라 적힌 둥근 캔에 든 가루를 따뜻한 물에 녹여 먹은 기억이 난다. 간식거리 별로 없던 시절의 맛있는 추억이다. 이 책을 읽다가 코코아를 검색했는데 비슷하게 생긴 코코아가 아직 팔리고 있었다. 너무 달지 않은 코코아를 먹고 싶어졌다.
두껍지 않은 이 책 안에는 12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신기한 건 주인공들이 연결된다는 것이다.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첫 번째 이야기이다. 솔직히 말하면 첫 편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끝까지 이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커서 두 번째 이야기 주인공이 바뀌면서부터 흥미가 떨어졌었다. 왜냐하면 첫 편의 주인공 둘이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다음부터 나오는 등장인물들 중 누가 첫 편의 여주인공일까, 하면서 읽으니 다시 재미있어졌다.
옴니버스식 영화나 책을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이렇게 주인공이 계속 바뀌고 서로 연결되는 건 사실 낯설다. 그런데 그 배경이 일본과 시드니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오래전 일본을 거쳐 시드니에 다녀온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스탑 오버할 때 두 시간 정도 쇼핑몰에 다녀온 적이 있다. 조금 환전한 엔화로 맨 먼저 산 것이 핫 밀크다. 점원이 말했던 ‘호또 미르크’가 아직 뇌리에 남아 있다. 아마도 핫코코아를 주문한 여성은 ‘호또 코코아’라고 했겠지? 시드니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총 여섯 편인데 내가 발바닥으로 밟고 다녔던 서큘러키, 하버브리지, 패딩턴 스트릿 마켓 등 익숙한 곳이 등장할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저자도 워킹 홀리데이로 시드니에 갔다가 일본계 신문사에 근무한 후 일본으로 돌아와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녀의 호주 생활이 녹아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시드니 호스텔에서 만났던 일본인을 떠올렸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빵에 오렌지잼을 발라 커피와 함께 먹고 하나를 더 만들어 은박지에 싸서 가방에 넣은 후 호스텔을 나섰다. 다른 외국인에 비해 한마디 말 없었던 그 친구가 왜 떠오르는 것일까? 아마 저자도 시드니에서 그리 말 많은 일본인은 아니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던 따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