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이웃 블로그에서 리뷰를 여러 번 보았던 책이라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있는 서점 이야기라 더 관심이 생겼었다.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소설. 작가는 그런 잔잔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현대인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편리한 생활과 스피디한 기술의 발달은 우리를 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혼자만 따로 있게 놓아두지 않는다. 누군가는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누군가는 고된 취업준비 끝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빠듯한 시간을 쪼개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모든 것을 훌훌 털고 멈춤의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다. 이 책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름에서도 휴식이 느껴지는 '휴남동'이라는 가상의 동네에 쉼을 얻고자 새롭게 서점을 연 영주와 취업 준비를 포기하고 바리스타로 서점에서 일하게 된 민준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며 전개된다. 문만 열어 놓고 어찌할 바를 모르던 영주는 시간이 지난 후 민준을 바리스타로 고용하면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서점 일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책에 대한 설명을 달기도 하고, 강좌도 마련한다. 소설가 승우와 가까워지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서점에는 책을 사려는 사람만 오는 게 아니다. 뜨개질을 하는 정서, 엄마의 강요에 서점에 오는 민철, 원두를 제공하는 고트 빈의 지미도 들른다.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하고, 북클럽 모임도 하면서 서점은 점점 영역을 넓혀 간다. 한 2년 정도만 시험 삼아 해 보려고 했던 영주는 서점을 계속 운영하게 될까?
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 단골이었던 ‘북 바이 북’을 떠올렸다. 서점을 내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을 읽고 처음 찾게 되었는데 책 꼬리를 쓰면 할인 혜택을 준다거나, 헌책 코너가 있어 구입하거나,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참여하면서 서점의 기능이 참 많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광화문 지점을 내면서 얼마 후 내가 가던 상암동 지점이 문을 닫아 그 후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서점에서 일하던 직원과 사장님을 계속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책 속에 소개된 멋진 작가와 작품들의 이야기를 통해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책을 읽으며 읽고 싶은 책들을 적어두기도 하고, 바로 주문하기도 했다. 저마다 쉼을 얻고 싶은 요즘 사람들에게 선물이 될 좋은 소설이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