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사 왔는데 다른 책들 사이에 가려져 잊고 있던 걸 며칠 전 발견하고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었다. 네 컷 만화와 에세이가 섞여 있어서 읽기에 편했다. 이 책을 살 때 복잡했던 생각들을 가다듬고자 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삼십 대를 사는 신혼부부인 저자는 데칼코마니같은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간다. 빚지는 걸 무엇보다 두려워하여 있는 돈으로 작은 집에서 최소의 살림살이로 재미있게 산다. 덕분에 돈이 차곡차곡 모인다.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면을 가꾸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라곰은 스웨덴 말로 ‘충분한, 적당한’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삶의 질과 마음의 여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정리에서 시작된 관심이 심플 라이프로, 라곰으로 이어져 온 것 같다. 요즘에 즐겨 찾아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이런 생활을 실천하며 사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이 책과 그 영상을 같이 보다 보니 둘이 섞여서 책 내용이 영상에 있었는지 영상이 책인지 헷갈릴 정도이긴 하지만 어쨌든 두 분이 다 추구하는 바가 내가 원하는 삶이어서 책과 영상으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동체와 조화롭게 사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라곰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책을 읽으며 대나무 칫솔을 주문하고, 영상을 보며 비누를 구입했다. 실천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들처럼 건강식을 해서 먹고, 일회용품을 줄이고, 물건을 사서 쟁이지 않으며, 정기적으로 청소와 정리를 해야겠다.
책과 영상을 보다 보니 아침을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는 프리랜서의 삶이 무척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일어나 아침부터 차와 함께 책을 읽고, 브런치를 만들어 먹으며 집을 청소하고, 테라스에서 허브와 상추, 고구마를 키우고, 책과 함께 오후 나들이를 하는 여유로운 생활. 은퇴 후에 이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를 잘해야겠다. 주말이든, 방학이든 이런 날들을 보내 보자. 긴 하루.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75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