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에 신간들이 있어 몇 권 가져왔는데 이 책이 그중 한 권이다. 코로나를 이야기한다니 최근에 나온 책임에 틀림없다. 카피라이터라...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했더니 몇 년 전 재미있게 읽고, 아이들 졸업식 때 언급까지 했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라는 미국 아프리카계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말이 담긴 ‘생각의 기쁨’이라는 책의 저자였다. 그때도 인상 깊게 읽었는데 이 책도 재미있었다. ‘책은 도끼다’ 박웅현 님의 제자라니 스승을 닮아가나 보다. 벌서 여러 권의 책을 내셨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읽을 때는 재미있다 싶어도 요즘은 읽고 나서 쓰려면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포스트잇 붙여놓은 데가 있어 공책에 적다 보니 읽을 때의 감정이 돋아났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독서는 영상과 다르게 속도를 독자가 조절 가능한 점이 좋다. 한없이 멈췄다 갈 수도 있고, 스킵할 때 어떤 내용이 있는지 대략 눈으로 살필 수도 있다. 읽고 다시 읽으면 놓쳤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독서는 그렇게 신비로운 세계다. 아무리 디지털이 발달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이 건재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최종적으로 땔감으로 쓸 수 있다고까지 한 것은 좀 심하다.
책을 읽다 보면 소개된 노래나 상품들을 검색하게 된다. 오랜만에 ‘홍연’이라는 노래를 듣기도 했고, 이문세 김윤희의 노래를 검색해 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카피라이터는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광고 문구를 만드는 사람이므로 책을 읽다 보면 동요되고, 설득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내공을 쌓았을까? 그의 글쓰기에 대한 말이 멋지다. ‘잘 쓰려면 필사를 하고, 다양하게 쓰려면 읽어라.’ 그렇잖아도 얼마전 함께 글쓰기를 고민하는 선생님이 소설을 잘 쓰고 싶으면 짧은 명작 소설을 필사해 보라는 이야기를 하셔서 통으로 필사할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더 이 말이 나에게 와닿은 것 같다. 새로운 책을 계속 읽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책은 독자가 준비된 만큼만 내어준다고 저자는 말했는데 그전과 지금의 내가 다르니 분명 얻는 것이 다를 것이다. 책 속에는 시가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광고 문구들은 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경제성을 띤 시가 광고 카피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시와 소설, 광고 문구와 에세이는 알게 모르게 모두 통해 있는 것 같다.
책의 내용은 묘하게 코로나로 향한다. 코로나가 주제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의 신변잡기라도 결국은 코로나가 등장하게 된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팬데믹을 함께 보내는 우리들은 이 글을 읽으며 저마다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른다. 책 속에 나오는 것처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듯이 말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7437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