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은퇴 이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인생의 겨울을 대비하지 않으면 외롭고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미셸 투르니에’ 작가의 책을 도서관에서 검색하다 발견한 것이다. 어딘가에서 추천하는 걸 보고 읽어보고 싶어 투르니에만 메모했다가 미셸인지 폴인지 몰라 두 작가의 책 제목들 중 가장 끌렸던 이 책을 가져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셸 투르니에의 책을 읽고 싶어 적는다는 게 투르니에만 적어두어 일어난 일이다. 이 책은 무척이나 깊이가 있었고, 내과의사이자 정신과 의사로 풍요로운 노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썼기에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았다. 기독교를 바탕 한 그의 인생에 대한 철학적 고찰도 좋았다. 다음에는 미셸 투르니에의 책도 만나 보아야겠다.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누리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의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란 비단 경제적 여유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은퇴 이후 많아진 시간을 의미 없이 무료하게 보내는 이들은 젊은 시절 짬짬이 취미활동을 하지 않고 일에만 매달렸던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생각해 보면 주변에 젊은 시절 활발하게 무언가를 배우거나 활동했던 분들이 나이 들어서도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나이 들어서까지 지나친 욕심을 부리며 ‘나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을 이 책에서도 경계한다. 내가 이루기 어려운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가 노년에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말에 무척 공감이 되었다. 축구를 잘하던 사람 중 몸이 더 이상 따라주지 않음을 알고, 이후에도 축구 경기를 즐기고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일에 애쓰는 리더가 있는가 하면 똑같은 경우 자신의 약함을 깨닫고 축구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한탄만 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가 든 이 사례를 마음에 새기고, 나이가 들어하던 걸 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즐기도록 해야겠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젊었을 때 건강관리를 잘해도, 우리는 수명이 다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잘 관리하고 대비한다면 고통의 시기를 늦출 수도 있고, 건강이 나빠진 후에도 그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눈이 어두워질 것을 대비하여 점자를 미리 배워둔다는 것도 굉장히 의미심장했다. 물론 눈이 안 보이면 읽어주는 책을 들으면 되지만 시력이 약해지면 청각도 약해질 것이 분명하므로 점자는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요즘 들어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한 해 한 해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다. 학교 몇 번만 옮기면 십 수 년이 훌쩍 지나버리니 새 학교에 갈 때마다 연령대가 달라지고 두려움도 생긴다. 예전에는 멀티로 일처리 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한꺼번에 일이 몰아닥칠 경우 두뇌가 멈추는 듯한 순간을 느끼기도 한다. 총기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읽고, 바이올린 연주도 계속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시어머니를 무척 존경하는데 어머님은 내가 아는 한 굉장히 노년 시기를 잘 보내고 계신다. 젊은 시절부터 새벽예배를 빠지지 않고 나가 자녀를 위해, 지금은 손주들 위해 기도하신다. 오래전부터 당뇨 진단을 받으셨지만 식이요법으로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다. 얼마 전에 갔다가 허리에 좋다고 팔굽혀펴기를 여러 번 하시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팔순이 넘으셨는데도 교회 분들과 삼삼오오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셔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연예인 이야기나 사회 이슈를 가끔 말씀하신다. 어머님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 나이가 들수록 어느 정도의 사회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친구와의 대화가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 같다. 나이 들어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고, 거동이 가능하면 다른 이를 돕기 위해 봉사를 하고, 어려우면 대화 상대라도 많이 만드는 것이 조금이나마 풍요로운 노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폴 투르니에는 말한다. ‘이제는 노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사고나 병이 아니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cast/206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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