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 님의 책을 두 권 읽었다. 그림에 대한 책과 헤세의 발자취를 따라간 책이다. 둘 다 나에게 좋은 여운이 있었기에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에 답을 했다. 또 하나 반가운 것은 ‘아이스크림’이라는 곳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학급 아이들과 수업할 때 활용하는 아이스크림에서 책도 만드는 걸 처음 알았다. 제목에 ‘가르침에 지친 당신을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걸로 보아 선생님들을 위한 책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비단 교사뿐 아니라 모든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말투가 경어체라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왜 책은 경어가 낯선 것일까? 읽다 보니 익숙해졌다. 수채화 느낌의 삽화들이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예뻤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문학, 예술, 인생(심리, 철학 등)이다. 문학 부분은 어려운 책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접해 온 소년, 소녀가 등장하는 빨강머리 앤, 작은 아씨들, 홍당무도 있고, 데미안이나 테스, 달과 6펜스, 이성과 감성도 소개되어 있다. 이 중 ‘이성과 감성’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작가가 개인적으로 오만과 편견보다 좋아하는 책이라고 하니 왠지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예술 부분은 워낙 작가 전문 분야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소개된 그림들도 좋았고, 경험이 녹아 있는 박물관 관람 이야기나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박물관 관람 역시 여백의 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오감을 느낄 수 있으면 좋다는 것. 여럿이 함께 하는 관람도 좋지만 때로는 혼자 오롯이 앉아 커피도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면 더 좋다. 나도 영국의 낯선 도시에서 그런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
마지막 인생 부분에서는 칼 융의 심리학에 관한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나도 이번 방학 때는 칼 융의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는 워낙 잘 몰라서 어려웠다. 마지막에 나온 월든. 나도 월든 책을 읽고 심플 라이프에 대한 로망을 키웠고, 자연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작가는 월든 호수 사진을 서랍에 넣어 두고 꺼내 본다고 하였다. 나도 바탕화면을 월든으로 해 볼까 생각 중이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유유자적했던 소로처럼 욕심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한결 가벼울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관통하는 사상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겨 사랑하고 다독여주라는 ‘자기 자비’ 정신이다. ‘내 탓이오’가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너무 자기 비하, 혹은 자기혐오에 빠져 살지 않았나 싶다. 내 현재의 모습을 직시하고 조금 멀리서 떨어져 바라볼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지금 읽고 있는 ‘왓칭 2’에서 나온다. 나 자신을 좁게 한정하지 말고, 문학과 예술, 그리고 철학과 심리학을 통해 나의 범위를 넓히며 고통마저도 관조하는 것이야말로 몸은 방구석에 있지만 생각을 넓히는 진정한 힐링 타임일 것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episode/16747073
https://www.youtube.com/watch?v=kkJAZfqGKvs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