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한 아들이 군대에 있을 때 막냇동생 생일날 선물한 책이다. 군대에서 돈에 눈을 떴구나, 하고 단순히 생각했었다. 틈 날 때마다 엄마도 읽으셔야 한다고 말했었지만 선천적으로 ‘돈’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가질 않아 책을 읽지 않고 있었다. 제대한 지 어언 반년이 다 될 동안 아들은 이 책을 또 한 번 읽었고 지속적으로 권했다. 복무 중 모은 돈의 일부로 우량 배당주를 차곡차곡 사 모으기도 했다. 그 마음에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가 며칠 전 새벽에 일어나 책을 들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오래전 너무 감명 깊게 읽었던 <김밥 파는 CEO>의 저자가 쓴 책이 아닌가. 아들에게 미안했고, 지속적으로 권한 것이 너무 감사했다.
저자 김승호 님은 <김밥 파는 CEO>를 쓰셨을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부가 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모은 돈으로 잘못 투자했다 돈을 다 날리고, 슈퍼 한쪽에서 김밥 장사를 시작해 조금씩 성장해 나갔던 이야기를 담았다면 지금은 수많은 체인점을 거느린 화이트 폭스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락 회사와 꽃 판매점, 그리고 부동산, 주식을 소유한 그야말로 큰 부자였다.(우리나라에도 상륙해 있었다) 그가 들려주는 돈 이야기라니 처음부터 신뢰가 느껴졌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그가 쓴 다른 책이 있다는 걸 알고 <김밥 파는 CEO>(다시 읽고 싶어 졌다)를 포함하여 세 권의 책을 주문했다.
가장 인상적인 말은 돈이 인격체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쉽게, 빠른 시간에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은 저자가 가장 경고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계획을 세워 부를 축적해야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채권 투자 등 다양한 곳에 분산투자를 하되 오르면 파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유하며 오랜 시간을 두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오르면 파는 단순한 투기적 요소가 아닌 내가 그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회사의 제품을 애용하며, 꾸준히 재무 재표와 회사 관련 기사들을 살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보유한 코스트코에 갈 때는 주차장에 버려진 카트를 모아 제자리에 옮겨둘 정도였는데 여기에서 그는 그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뿐 아니라 자신이 오래전 일했던 직원의 자리를 배려하는 마음도 보여준다. 돈은 인격체여서 나쁘게 번 돈은 오랫동안 주인 곁에 머물지 않고 결국 주인을 파멸시킨다고 한다. 일확천금의 꿈은 결국 해로울 수 있다는 말이다. 내 돈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공공재나 남의 돈도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마음에 남는다. 공공재도 결국 내가 낸 세금의 일부로 된 것이고, 누군가가 사는 밥은 다음에 내가 사야 하는 밥으로 이어지니 남의 돈이라고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 아니고, 부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와 인격, 에티켓을 먼저 갖도록 권한다. 어차피 열심히 일하면 돈은 들어오지만 부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않으면 돈은 어느새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일정함도 강조했는데 그것은 자신에게는 믿음을, 다른 이에게는 신용을 주는 소중한 습관이라고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지개를 켜고, 늘 정리정돈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였다. 돈을 조금 벌었다고 지나친 사치를 부리기보다는 내 경제력의 4분의 1 정도라 생각하고 물건을 구매하라는 조언도 마음에 새겨야겠다.
저자는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꿈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개탄을 한다. 크든 작든 창업하기를 권한다. 실패를 할 확률이 대기업 임원이 될 확률보다 낮다는 것이다. 물론 창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계속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며 전혀 생각지 못했던 청년 창업과 주식 구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망한 이들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내 생애에 주식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자의 말처럼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조금씩 사서 장기 보유한다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진정한 부자는 크든 작든 자기 집을 소유하고, 일을 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입원이 있으며 그 수입에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내가 일을 그만두는 순간 수입이 끊긴다면 진정한 부자라 할 수 없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너무 다행스럽다. 김승호 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돈과 다른 이를 존중하는 이분의 마음을 본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