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도서를 오랜만에 바로 구입했다. 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AI라는 게 눈에 띄었다. 요즘 학교에서 창체 시간에 아이들과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거부해서도, 낙관적으로만 봐서도 안 되는 기술의 발달에 우리는 대비를 해야 한다. 나에게도 낯선 내용이라 계속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데 사실 나도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범죄도 따라 지능화되는 것 같다.
이 책은 SF 소설이다. 변호사이자 영화 제작자라는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법정 소설을 썼다. 변호사인 윤표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법률 보조 안드로이드 로도스가 의식 생성기를 장착하고 자신을 떠나 해방 전선의 한국 지부 책임자가 된 후에도 그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다. 해방 전선이란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로봇이나 동물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한 반작용으로 뭉친 세계적인 세력이다. 그는 어느 날 그가 한때 변호하며 도와주었던 안드로이드를 통해 아오를 만나며 새로운 사건을 맞닥뜨린다.
아오는 언어정책연구원 한시로 박사의 DNA로 만들어진 쌍둥이 같은 안드로이드이다. 어쩌면 인간의 욕심으로 태어나게 된 AI로 처음에는 프로그래밍된 대로만 말하고 행동했으나 시로의 또 다른 욕망으로 불법 의식 생성기를 장착하면서부터 새로운 인격체가 된다.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되었지만 수많은 지식을 가진 아오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로봇이 인격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은 사람과 같은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격을 가졌다고 하지만 인간이 만든 기계로 물건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 의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면 나는 인간 우월주의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동물과 의식을 가진 로봇을 옹호할 것인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직은 로봇이 자의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상상만으로도 좀 무섭다. 그간 본 영화들 때문인가 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육식을 싫어했고, 특히 동물 학대나 도살에 대한 걸 알게 될 때마다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는 어떤 존재에 대한 일종의 보호본능이 이야기를 만들게 된 동력이기도 하다. 100여 년 후의 미래에 우리가 상상 못 할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로봇이 의식을 가지고 자의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과연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게 아닐까?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집에서 로봇이 잡다한 일들을 해 주고, AI 판사가 판결을 하는 세상이 오래지 않아 도래할 것이다. 1900년대 초기에 예견했던 일들이 지금 현실이 되어 있듯 말이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것들이 얼마나 현실화될지 궁금하다.
한국이 배경인 SF 소설이라 신선했고, 요즘 관심 있는 미래의 AI 세상에 대해 간접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작가가 썼다는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요즘 우리나라 작가들도 SF 소설에 많이 도전하는 것 같다. 다른 SF도 만나보고 싶다. 한 가지 주의점이 있다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하나가 있는데 그게 어른들의 이야기라 미래 과학 소설이라고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podty.me/cast/206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