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박균호 작가님의 책을 연달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도 그 즈음 보내주신 것입니다. 다른 책들에 가려져 있던 것을 찾아내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독서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느낌으로 흥미로운 내용들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사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28권 중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은 한 권도 없습니다. 나의 독서가 편향된 것인지 이분의 독서 이력이 화려한 것인지. 아마도 둘 다인 것 같습니다. 자칭 책을 읽기보다 사기를 더 좋아한다는 작가님의 집에는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가 보진 않았지만 그간 그의 책들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 여기저기 산재 되어 있기도 하지만 큰 방의 삼면을 책으로 둘러쌌다고 한 지도 시간이 지났으니 어쩌면 마지막 남은 벽까지도 책으로 채우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신간 뿐 아니라 절판 된 책이나 귀한 책들을 앞 다투어 사들이기도 하느라 돈이 많이 들기도 하실 테지만 이렇게 책으로 쓸 것들을 멀리 가지 않고 집에서 찾는 편리함이 부럽기도 합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넓은 시골 집으로 이사 가고 싶지만 그럴수록 또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을 한 권 빌려 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지식 책처럼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됩니다. 그가 읽은 여러 책들의 엑기스를 흡입하는 느낌이지요. 소로우가 가업을 이은 연필 업자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에 관한 자세한 내막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개발한 연필이 독일에서 이미 저렴히 팔리고 있어 결국 연필 산업을 접었다는 일화와 지금은 너무 유명한 그의 책이 당시에는 팔리지 않는 수모를 겪었다는 것입니다. 고고학에 관한 이야기나 나쓰메 소세키의 삶의 자세도 재미있었습니다. 부부애가 돈독하다는 늑대의 습성도 처음이라 흥미로웠고, 세상의 도축장이 유리로 되어 있다면 채식주의자가 늘 것이라는 부분을 읽으며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코로나로 집콕 족들이 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집에 붙어 있는 스타일이 아니고, 책을 읽어도 카페를 찾는 편이었는데 이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이 책의 표지처럼 편안히 앉아 독서를 즐기는 시간이 감미롭게 느껴집니다. 이야기를 담은 소설도 좋지만 이 책에 소개된 것처럼 지식을 넓히는 책도, 인문학 책도 폭넓게 읽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