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책을 읽었다. 문예창작과 교재를 읽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강의했던 내용을 묶어 펴낸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전문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분이다. 남성과 여성 작가를 나누어 논하는 두 편의 책 중 남자 작가 편이다.
출판사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바로 답을 보냈다. 요즘 들어 한국 문학에 관심이 생겨 초기 단편들을 읽고 있는 중이어서 더 반가웠나보다. 격동의 역사와 함께 한 작가들의 소설은 시대를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이다.
한국문학을 세계문학과 견주는 부분이 독특했다. 세계 문단의 관심이 서서히 한국으로 향하는 요즘 한국 문단의 역사를 살피는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저자는 원래 로쟈라는 이름으로 서평을 쓰는 분이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에 섞여 들기도, 반하기도 했던 작가들의 뛰어난 점과 동시에 부족한 부분까지 잘 짚어주고 있다. 시대적 필요로 가치가 상승하기도 하고, 당대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외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고 역 조명 받기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앞으로도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들 외에도 수많은 뛰어난 작가들이 있다. 그동안 한국 문학보다는 세계 문학에 관심을 두었었는데 한국어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한국 문학이 언제인가부터 좋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 중 아직 읽어보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만나보고 싶다.
--- 내용 정리 ---
1. 최인훈 <광장> (1960)
최인훈 45~50년 북한에서 고교생활 후 월남
지식인의 소설 남북 체제 비판한 이명준(주인공)
광장대 밀실의 이분법(운명공동체)
정치이론가 한나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송창섭 단편 <잉여인간>-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
법 밖에 놓인 존재 ‘호모 사케르’
러시아에 의한 인민혁명인 북한 (스스로 쟁취한 경험이 전무함, 독재 가능)
후불제 민주주의 남한
2. 이병주 <관부연락선> (68~70년 잡지 연재 후 72년 발표)
발자크적인 다작
실록문학 개척
소설 알렉산드리아
액자소설 (화자와 주인공이 따로) - 화자는 체험의 기록, 주인공은 체험의 주체
3. 김승옥 <무진기행>
자기열패감, 도피주의
제약회사 상무 윤희중
전쟁 통에 살아남은 자의 비겁함과 부끄러움(권력에 대한 여성화)
시대적 안개
4. 황석영 <삼포로 가는 길> (1973)
방랑자 문학 – 비판적 리얼리즘
74년도부터 장길산 10년간 연재
밑바닥 삶, 부랑자의 비극
황석영 43년생
개밥바라기별(고등학생 – 퇴학)
70년대 계층이동,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
비판적 리얼리즘, 발자크와 에밀졸라, 하지만 더 나아가지 않음
내용: 주인공 셋 다 밑바닥 인생, 목적지의 유무 차이, 하지만 고향에 갔더니 고향이 부재(아이러니)
5.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1974~75년 신동아 연재 후 76년 단행본)
1966년 조선일보 이규태기자의 소록도 반란 기사
주인공 조백선이 실제 인물 조창원으로 그가 박정희로 연상됨 (개발독재, 지배피지배)
관렴론의 대가 (복수로서의 소설론)
이상욱은 자유주의자(419 겪은 이청준의 세대이념)
6.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
1943년생(419세대)
5.18 이후 절필 - 이 책을 남기고 나머지 작품은 모두 절판시킴
소유자를 죽이고 굴뚝에 몸을 던져 자살한 난장이 김불이, 감옥에 간 큰아들 – 결국 구조적 변화 없음
12편 연작(주인공과 화자가 모두 다름)
가난한 자가 다수가 되는 포퓰리즘
빈곤층 솔직한 공약 남발하면 결국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김
7. 이문구 <관촌수필>
농촌소설, 농민문학
서구는 300년 일본은 40년(메이지유신 이후) - 압축근대화
이문구의 아버지 부재(남로당 색출작업 시 총살, 형들도)-김동리를 아버지의 자리로
김동리의 제자: 박상륭(잡설의 대가), 김원일
관촌수필을 관통하는 정서는 상실감
농촌공동체의 전쟁 이념 대립, 충돌로 파괴
요설체(합리성이 결여됨)- 요설체의 경지는 박상륭
충청도 사투리, 1인독백 만연체
장편소설이 될 수 없다. 장편소설을 위해서는 주인공 캐스팅을 잘 해야 함.
8. 김원일 <마당 깊은 집>
상처를 드러내는 분단문학(42년생)
미국의 의미
묵직한 주제의식 –교수
김원일 문학의 모델: 토마스 만
아프레걸- 파격적 전후여성
형제작가 김원우
9.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1970년 초고, 81년 공식 발표)
교양주의
교양소설의 원조: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하구, 우리 기쁜 젊은 날, 그 해 겨울 (3편 연작)
아버지의 좌익 연좌제
사서삼경 고전 필독케 함.
기독교 귀의
1980년대 교양주의 인기 (좌파교양, 우파교양)
이문열 신드롬(리얼리즘의 부재)
10. 이인성 <낯선 시간 속으로>
아버지 이기백의 그늘을 넘어 탈주를 모색한 실험소설
프랑스어 번역출판
과작의 작가(작품 수 적음)
70~80년대 리얼리즘 문학 성장 가운데 모더니즘 문학의 자전적 요소
할아버지가 농민운동가 이찬갑 선생(풀무농원 설립자)
1973~74년이 배경
젊은 예술가의 초상 – 베게트 소설 요소 포함(카프카스럽기도 함)
장석주: 이인성에 대해 한국 소설가 중 소설 속 쉼표를 가장 많이 쓴 작가라 평함(독자들의 독서를 지연시킴)
기독교집안-교회타락 비판-무교회주의자
교양소설의 모델: 괴테, 토마스만, 카프카, 헤세
11. 이승우 <생의 이면>
자전적 삶(59년생) 기독교 문학 주제 대표작가
프랑스에서 좋은 평- 국내 역 재조명
식물들의 사생활
이승우: “모든 소설은 어떤 식으로든 글쓴이의 자전적인 기록이다.”
서울 신학대학
주인공 박부길, 성장소설, 교양소설
텅 비어 있는 인간(하루키의 할로우맨, 고아)
시대적 고민 없음
신분증 소설(작가 자신의 존재 증명)
지상의 양식: 소설 속 소설
낯익은 결말
작가 자신의 가족관계, 실패로 끝난 여자관계
이승우의 창작 동기: 자기 보상
12. 김훈 <칼의 노래> (2001년) 두 번째 소설
48년생 (2004년 전업작가)
95년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황석영의 장길산 한국일보 연재 시 담당자였음
아버지 김광주(언론인이자 무협소설 작가)
디테일 강박
김훈의 세계관: 탐미주의, 허무주의
주어와 동사의 스트레이트 문체, 건조체, 쉼표를 싫어하는 헤밍웨이, 남성 중심적 세계관
마초적 세계관, 냄새에 집착
정약용 형제의 삶 <흑산>
1인칭 시점 (교묘한 복화술)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쓴 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