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영상으로 저자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 동안의 공부와 연구로 해박하고도 명료한 강의였습니다. 이 책은 인문학 모임 책으로 만났습니다. 올해는 두 번 정도 모였나봅니다. 원래 매월 만나는 모임인데 코로나로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매월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동지감이 느껴지는 분들입니다. 이번 달 책으로 읽다가 내용이 너무 좋아 온라인 헌책방에서 책을 샀는데 배송되어 온 걸 보니 그분도 어지간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는지 볼펜으로 좍좍 밑줄을 그어두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마음 편히 밑줄 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분의 말은 거침이 없습니다. 조금은 과격하다 싶은 말들도 섞여 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정도로 이분의 의지가 굳은 걸 알 수 있습니다. 웃지 못할 급훈을 만들어 가며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인생이 보장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우리들입니다. 어쩌면 입신양명과 경제적 독립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서 그 후에 행복하냐, 하는 것이 저자의 질문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매 순간 순수한 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은 입신양명에 목숨 걸지 않습니다.
어렸을 적 너무나 열심히 공부했던 우리는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배움을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 들어 어느 학교에 들어간다거나 무슨 강의를 듣는다고 하면 ‘그 나이에 무슨 고생’이냐는 눈으로 쳐다보기도 합니다. 학교 제도에 근본적으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오히려 제도권 학교의 교육을 마침과 동시에 진정한 배움의 기회가 왔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속해있는 교육계의 현실이 암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로 인해 개인이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지식이나 교양을 쌓기도 하고, 학교가 없다면 사회 곳곳에서 부유할지 모를 어린이나 청소년을 그나마 안전한 학교 울타리 안에서 지내게 하기도 합니다. (학교 폭력이나 교육 수준의 하향평준화 등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해도 말이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고전만 너무 우위에 두고 다른 책들은 말랑말랑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수많은 독자들이 그런 책들을 읽으며 마음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기도 하는데 해악적인 책이 아니라면 폄하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고전이라지만 과거에는 재미의 요소로 읽던 책도 얼마든지 많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녀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공부에는 때가 없으므로 어느 때든 즐길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마련하여 혼자 하는 공부가 아닌 함께 하는 공부를 지향하는 것, 묵독도 좋지만 암송을 통해 온전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부분은 마음에 듭니다. 그녀가 지적한 학교 교육의 문제점들을 마음에 새겨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부터라도 한 걸음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도 죽을 때까지 배움을 즐기고 싶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고전 공부뿐 아니라 지금 재미있게 하는 바이올린 공부도 그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누구든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며 배움 자체의 재미를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 팟캐스트 팟티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