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다 말고 옷장 정리를 했다. 아니, 옷장이 아니라 드레스룸을 정리했다. 드레스룸이 한두 평정도 되려나? 그래도 문이 있어 안에서 가끔 바이올린을 연습하기도 하는 1인용 방음장치가 되기도 한다.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기분에 따라 입으려고 그동안 정말 많은 옷들을 사고 쟁여놓았음을 오늘 실감했다. 나름 철마다 정리한다고 한 건데도 그렇다. 사실 옷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어서 드레스룸을 제외하고는 겨울옷 두 박스정도가 다이다.
가방도 좋아해서 명품 가방은 없지만 기회 될 때마다 하나둘 사 모으고는 아까워 버리지 못한 채 드레스룸의 한구석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어 왔다. 사실 가방을 옷이나 기분에 따라 바꿔 들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언젠가부터 무거운 가방을 더 이상 들지 않고 에코백 종류만 많이 구비하기 시작했다. 가죽 가방을 좋아했었는데 대부분의 가죽 가방들은 무게감이 있어 아깝긴 하지만 자주 들고 다니는 것 외에는 모두 대형 쓰레기봉지에 넣었다. 걸려있는 옷들 중 약 4분의 1은 버린 것 같은데 아주 큰 마트용 쇼핑백 세 개를 채워 버리고, 지금 둘이 다시 차 있는 상태이다. 아마도 버린 만큼 버릴 게 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바뀐 것이 있다면 내 손이 가지 않는 옷들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나의 생각이다. 언젠가는 입겠지 하고 생각하고 걸어두지만 1년에 한두 번 입을까 말까한 옷들이었던 것이다. 특히 겨울옷은 드라이 크리닝 비용까지 지불해가면서 말이다. 옷이 많은 것을 자랑할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옷만 두고 손이 가지 않는 옷들은 과감히 버리는 것을 명심하고 실천해야겠다.
책을 읽다가 찔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밖에서 입지 못할 옷을 집에서 입으려고 남기는 것이다. 순면으로 된 옷을 좋아해서 목이 늘어진 옷을 집에서 입고 있을 때가 많았다. 깨끗한 면 티셔츠가 많은데도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소중한 나를 위해 낡은 옷들을 모조리 버렸다. 집에서 예쁘지는 않더라도 깨끗한 옷을 입어야겠다.
한동안 원피스를 좋아해서 옷장 가득 치마나 원피스를 채워두고 여름 내내 바지를 거의 입지 않은 때도 있었는데 요즘 걷기에 빠져서인지 외출복 중 반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운동화 차림일 때가 많다. 특별히 몸이 바뀌지 않았는데도 좋아하는 스타일이 달라졌을 때는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귈 때 과거를 청산하듯 예전 스타일의 옷들을 버릴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말에 따라 입지 않을 것 같은 공주 풍 원피스도 많이 버렸다.
나도 나지만 남편의 옷 욕심도 만만치 않다. 다행히 옷 관리를 잘하고 비싼 옷들을 사지는 않지만 철마다 때마다 쇼핑하는 것이 하나의 낙인 사람이라 옷이 차고 넘쳐 여름 내 매일 다른 옷을 입어도 다 입지 못할 정도이다. 버리지 못하는 습관은 나만큼이나 있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몇 개의 박스에 나눠 담아 베란다 한편을 차지하게 한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진정한 멋쟁이는 옷이 많은 것이 아니라 즐겨 입는 옷 몇 가지를 돌아가며 입는다는 것을 깨닫기를... 유행이 지나거나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은 과감히 처분하라고 권해야겠다.
내 목표는 남편과 반씩 나눠 쓰는 드레스룸 공간만으로 내 사계절 옷을 모두 채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버려야 한다. (그런데 버리는 것도 은근 쾌감이 있다.) 이제 앞으로는 물건을 살 때마다 더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쟁여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자.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