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 사쿠라 츠요시
철학은 볼때마다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철학자가 다루는 이야기도 어렵고 사고를 따라가는 것도 어렵다. 철학책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고 감상에도 많이 썼던 이야기인것 같다. 그래서 언제나 좀 쉬운 철학책이라는 생각이 들면 반갑고 무조건 추천해야 할것 같다. 이 책은 그렇게 쉬운 철학책의 끝판 왕이 아닐까.
스토리는 간단하다. 일본의 한 청년이 우연히 철학 좀비를 만나서 그 좀비에게 철학을 배운다. 그러면서 다른 좀비도 만나고... 삶을 살아갈 힘을 얻고... 그냥 스토리로 보면 단순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좀비 선생은 어려운 철학의 내용을 아주 쉽게 설명한다. 물론 깊이가 그렇게 깊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우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비 선생의 정체를 알게 되면 그 대단함에 놀라지만, 책에서 누구다 라고 이름까지 이야기해주지는 않으니 잘 모르는 사람은 찾아보면 깜짝 놀랄듯 하다. 그리고 나름의 반전까지... 그래서 결론이 부제로 달려있다. "철학으로 구원받은 난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
일단 아이디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2000년 넘게 살아온 철학 좀비가 인간에게 철학을 가르친다니... 거기에서 나오는 소소한 개그코드도 내용의 어려움에서 탈출하도록 주위를 계속 환기시킴으로써 책을 쉽게 읽도록 한다.
한편으로는 철학을 쉽게 설명한 책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문제이지만, 역시 너무 간단하게 설명해버린다. 어느정도 수준까지 설명할지는 작가의 판단이겠지만 이 책은 너무 얕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중요한 부분은 다 이야기했지만... 또한 현대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어서 좀 아쉬웠다. 근대 철학의 기본적인것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끝나버린게 많이 아쉬웠다. 깊이가 얕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을 꽤 쉽게 설명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현대 철학은 어떻게 소개할까 기대가 있었는데, 결국 현대 철학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철학의 발전을 시대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점이다. 역사의 흐름과 철학의 발전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거의 무시된 듯하다.
물론 저런 아쉬운 점을 다 커버하려면 쉬운 철학 입문서가 아닌 본격적인 머리아픈 철학 교과서가 될것 같다. 이정도가 어찌보면 입문서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이 책은 정말 훌륭한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중3인 된 큰아들이 순식간에 읽어냈다. 이해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그정도면 잘 읽히는 책이라는 점이 어느정도 증명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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