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 박용희
동네 책방 역곡동 용서점의 이야기라는 부제 그대로이다. 용서점의 주인장이신 박용희 선생님은 몇번 만난적이 있다. 용서점이 역곡동으로 옮기기 전에 청어람의 북토크에서 처음 만났던 기억이 있고 그 후로도 청어람의 모임에서 몇번 만났다. 물론 용서점의 주력 프로그램인 큐레이팅도 잘 받아보고 책도 가끔 구입하곤 한다.
만나보았던 저자의 모습은 딱 한걸음 더 다가오는 친밀함이라고 할까? 과도하게 다가오지 않고 조심스럼게 스윽 다가오는 느낌? 내가 그런 부분에서 잘 반응하지 못해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SNS 상에서 계속 지켜보면서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용서점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가볍게 동네 책방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연히 책방을 차리고 술술 잘 풀릴때의 이야기, 어려움을 만나고 책방을 어쩔수 없이 옮기게 된 이야기, 새로운 터전에서 책방을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안에서 생겨난 모임들의 이야기 등등.. 동네 책방이기에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책방을 통해 살아온 저자의 삶이 담겨 있기에 이 책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책방 이야기이게 그 냄새가 너무 짙지 않다. 예전에 만났던 저자의 모습처럼 딱 한걸음 더 다가오는 정도의 사람 냄새.. 그래서 눈물을 자나내지도 파안대소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그냥 가끔 미소를 띄게 하고, 한두번 살짝 눈이 촉촉해지는 정도의 사람 냄새가 난다. 그래서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다.
동네 책방의 다양한 시도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책방의 주인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든 모임이 아닌 고객들의 제안으로 하나씩 만들어지는 모임들... 게다가 솔직히 잘 될까? 싶은 모임들이 잘 진행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런 모임을 쉽게 준비하고 진행해볼 수 있는 것이 동네 책방의 장점이기도 한것 같다. 이거저거 계산하고 그럴듯하게 만들어 보려는 순간 그런 모임은 부담이 되고 어려워질텐데... 동네 책방이니 고객들의 제안과 주인장의 결단만으로 어떻게든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우리 교회에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지역에서 모임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아무나 모여서 자유롭게 글을 쓴다던가, 필사를 한다던가 하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냄새가 참 귀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해가는 동네 책방의 이야기는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방도, 동네 주민도 서로 상생하며 윈윈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책방이 우리 동네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니 굳이 책방일 필요가 있을까?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교회가 그런 일을 감당할수 있지 않을까? 이윤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공간 사용의 제약이 덜하기에 오히려 더 좋은 모임이 될 수 있을것 같다. 종교적 색체를 뺄수만 있다면 지역과 함께하는 교회의 모습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듯하다.
갈수록 독서 인구는 줄어든다고 하고 그나마도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 서점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니 동네 책방은 살아남는게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용서점은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렵고 힘들지만 지역 주민들과 함께 조금씩 가고 있다. 동네 책방만 가능할까? 아니다. 다른 일도 가능하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예배가 대중화되고 훌륭한 설교 말씀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 교회들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지역 교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용서점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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