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미난 소설을 읽었다. 서점에서 오랜만에 책을 여러 권 사서 왔는데 이 책이 그 중 하나이다. 신간 코너에서 남편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고른 책인데 앞부분부터 정말 흥미진진했다. 대사마다 어록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짧은 명문들이었다. 그가 영향 받았다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떠올랐다. 뒤에 보니 그는 챈들러의 광팬이었다. 그래서 나도 챈들러의 책을 몇 권 장바구니에 담았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온 40대 후반의 사나이. 달랑 남은 몇 안 되는 돈을 가지고 터미널에 내린 그는 직업을 알아보다가 택배 일을 하게 된다. 컨테이너 숙소까지 제공한다는 그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동료도 하나둘 사귀기 시작하고, 자주 가는 곳에서는 매번 마주치는 사람도 생긴다. 하지만 그는 시종일관 그 모든 인연의 끈을 붙잡기가 내키지 않는 쿨한 자세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위한 일말의 노력을 하는데 그로 인해 누군가의 호의를 받기도 한다. 술 좋아하는 습관 때문에 황당하고도 위험한 일에 휘말리기도 하고, 이야기는 갈수록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몇 페이지 안 남았을 대는 도대체 작가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에 책을 놓지 못했다. 그럼에도 너무 빨리 읽어버리기 아까운 책이었다.
이 책의 또 다른 좋은 점은 주인공이 참으로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소주를 밥처럼 먹는 건 좀 그렇지만 술을 친구 삼아 밤새 책을 읽는 건 멋지다. (책 읽는 이는 누구든 멋있어 보인다) 게다가 노트북으로 클래식을 듣고, 언제 봤는지 영화 대사를 줄줄이 읊어 대는 무심함이라니. 이 책에는 그의 과거가 아주 어렴풋이 비춰진다. 다음 편이 나오며 바로 사서 읽을 것이다.
목소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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