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블로그를 통해 이분을 알게 되었고, 이후 책들을 출간하시는 걸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여러 권의 책들을 만들어내시고,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며 성장해 가시는 모습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이 책은 세 번째로 읽는 저자의 책입니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묵직하지 않고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는 에세이 형식의 글이고 두께에 비해 페이지 당 글자 수가 적어서인지 쉽게 읽힙니다.
유독 글쓰기 책들을 많이 쓰는 이유를 이 책을 읽다 보니 알 것 같았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간 헌책방에서 책의 매력에 폭 빠진 저자는 읽고 쓰기를 어렸을 적부터 스스로 훈련해 왔을 것입니다. 나이에 비해 품의와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유는 어린 시절 이별한 아버지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아이를 철들게 한 큰 사건이었을 테니까요. 글이 삶을 어루만진다고 하는 저자의 머리말을 보면 그에게 읽고 쓰는 행위가 적잖이 위로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좌우봉원, 본립도생, 두문정수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각 장은 마음, 관찰, 욕심, 기억, 습관, 여백, 제목, 성찰, 퇴고 등 두 글자 단어들의 소제목으로 다시 나뉘어 글이 진행됩니다. 참으로 합리적인 구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뼈대를 만들어 놓고 글을 쓴다면 막연히 쓰는 것보다 조금은 쉬울 것 같습니다. 책 자체가 글쓰기 교재인 듯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글을 모으는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카페나 서점에 얇은 노트북을 들고 돌아다니다가 앉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 제목을 훑으며 글감들을 모으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그에게는 교과서이자, 실습장이겠지요? 그렇게 돌아다니고 해질 무렵이 되면 그만의 골방에 들어가 집필을 시작하는 부러운 일상입니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생활을 해 보고 싶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아무리 반복해 읽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