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과학의 풍경 1 - 피터 보울러, 이완 리스 모러스
과학사라는 분야가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책은 본적이 없다. 이 책은 과학사에 대해 읽은 첫번째 책이다. 고대부터 다루는 책은 아니고, 18세기 과학 혁명 이후부터 현대까지 과학의 발전을 다룬다. 그 이전의 과학은 지금의 과학과 결이 다르다고 할까. 현대 과학과 비슷한 결을 가진 이후로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과학의 주제에 따라 과학의 발전을 이야기한다. 과학혁명으로 시작하여 화학, 물리, 지구과학, 생물에 대해 다양하게 다룬다. 진화와 유전, 현대물리, 천문, 그리고 최근에 이야기되는 인간과학까지 분야별로 역사를 상당히 꼼꼼하게 다룬다.
오랫만에 읽은 과학 책이어서 전체적으로 꽤 흥미로웠다. 난 문과보다는 이과가 맞는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특히 학부 전공이었던 지구과학 이야기인 지구의 나이나 대륙 이동설은 과거의 공부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상당히 재미있었다. 과학혁명의 시발점이었던 고전물리나 화학혁명, 진화론과 천문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워서 순식간에 읽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려운 이야기는 정말 짐작도 가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현대의 과학은 과학인지 철학인지 잘 모르게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생각도 한다. 현대 물리는 이 책만이 아니라 다른 책이나 이야기를 들을때도 어려웠는데, 이 책도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인간과학은 이제 시작하는 학문이어서 모호하게 느껴진다. 또한 생물 이야기는 관심이 별로 없었던듯 그닥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의 장점중 하나는 책 전체를 읽지 않고 관심 있는 분야만 읽어도 된다는 점이다. 관심 있는 분야를 읽다보면 관련된 장이 소개되고 그러면 그 장도 읽으면 된다. 딱히 관심이 없는 부분이라면 그냥 건너뛰어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그 때 읽으면 된다. 그래서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읽으면 된다.
과학사를 살펴보면서 과학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은 합리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연한 생각보다 실제적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살펴보니 그 합리성이 피부로 와닿았다고나 할까... 창조과학회에서 주장하듯이 주류 학계에서 외면하는 경우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학계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과학의 모습이다. 다시 말해 주류 학계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외면하더라도 그 추론이 합리적이라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인정받는다. 즉 창조과학회에서 이야기하는 이야기들이 반백년 가까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곧 그들의 주장이 과학적인 합리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은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과학이 전부를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러나 과학을 무시할수도 없다. 과학이 갖는 합리성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사고함으로써 우리 삶에 대해 동질성을 갖게 한다. 물론 그런 합리성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 그 확장성은 매우 제한된다. 과학의 발전은 과학혁명 이후 기본 정신이 된 합리성에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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