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교육 관련 책들을 찾다가 이 책을 만났다. ‘불온’이라는 한때 사상적인 문제 있음을 말할 때 사용되던 말이 어떻게 ‘교사’를 위한 책에 붙어 있을까, 이 책을 읽어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은 예상보다 더 파격적이었다. 전, 현직 선생님들의 폭탄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나의 사고가 얼마나 굳어 있고, 소위 말하는 ‘꼰대’인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에게 아직 교사의 문신, 성소수자 허용, 교실 안 페미니즘, 교사의 정치참여 이런 주제들이 낯설기 때문이다. 나만의 착각인지 몰라도 나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신기한 건 이 책을 열 때와 덮을 때 스스로가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인종차별 철폐, 인권, 언론의 자유와 같이 지금은 당연시 여겨지는 것들이 처음 도입될 때는 엄청난 반대가 있었던 걸 보면 변화의 시작에는 항상 거친 파도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30, 40대의 나이에 청소년들의 권익을 위해 청소년 활동가들과 반말로 이야기 나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공직자로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철칙으로 알고 교실 안에서 학생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무장한 나에게 ‘정치하라’는 메시지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사실 6학년 정치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도 정작 나는 ‘투표’ 외에는 어떤 경험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한 정당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할 수 있는 것 또한 정치적 소신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 책의 내용을 내가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세상은 계속 변해갈 것이고, 나의 경직된 사고는 그 변화의 고개들을 유연하게 넘지 못하도록 발목 잡을 수 있으므로 적어도 그런 의견들에 귀를 열어 둘 필요는 있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내용 중 선거제도에 대한 부분과 기술 교육이 교육을 대체하는 ‘미래 교육’에 대한 환상과 실체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 그동안 많이 들었지만 잘 몰랐던 선거제도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인터넷 강의가 발달하고 기업이 학교에 들어올 틈을 노리는 시대이지만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온통 스마트한 세상의 지배를 받는 개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적으로 청년들에게 돈을 주는 정책보다는 책에서 말하는 대로 부실 경영하는 사립대학을 공교육기관으로 전환하고, 대학 학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다.
오랜 시간 교사로 지내며 고민 없이 지냈던 시간이 많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아직도 학생을 위해, 우리나라 교육 발전과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숙고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잇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