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씨돌, 용현-SBS 스페셜 제작팀, 이큰별, 이승미
2019년 SBS 스페셜 2부작에 2부작을 추가 제작해서 총 4부작으로 방송된, 세 이름으로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방송 제작팀에서 자연인으로 만났던 씨돌은 알고보니 요한이었고, 지금은 본명인 용현으로 살아간다.
오래전 제보로 세상이 이런일이에서 취재한 씨돌을 오랫만에 다시 찾아보니 찾을 수 없었다. 씨돌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정선 봉화치 마을에서 들은 씨돌은 자연인 그 자체였다. 밭에서 작물을 키우면서 농약을 치지 않고 잡초를 뽑지 않은채로 지렁이가 괭이질을 하게 하고 거미가 해충을 잡아주는 것에 의지하여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을 돌아보아 산불이 한번도 나지 않게 하고 이웃에게 아낌없이 도움을 베푸는 그의 모습은 어찌 보면 괴짜이기도 했다.
씨돌의 과거를 찾아보니 그는 요한이라는 세례명으로 살아옴을 알게 되었다. 요한은 자신을 챙기기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아간다. 군대에서 야당을 찍었다는 이유로 폭행당해 숨진 정연관 상병의 가족을 돌보고 진상 규명에 앞장선다.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 가족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기도 하고,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민간인 구조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마다 앞장서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홀연히 사라졌다.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두들겨 맞는 일을 자처했다.
그런 삶을 살아온 씨돌은 어느날 등산객에 의해 산에 쓰려진 모습으로 발견되고 결국 반신 불수의 삶을 살아간다. 용현이라는 본명으로... 타인의 도움이 없이는 영위할 수 없다보니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한없이 죄송스러워 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과거에 그가 도움을 준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도와주고 그들은 오해를 풀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제작진은 그에게 묻는다. 왜 아무런 댓가 없이 그런 일들을 나서서 자처했냐고.. 그는 불편한 몸으로 힘들게 써내려 간다.
"인간으로써 당연한일"
우리 주변엔 용현과 같은 인간들이 많음을 안다. 세월호때 함께 아파하며 한명이라도 구해보겠다고 물에 뛰어들기 위해 모인 민간 잠수자분들과 그 유족을 위로하고 돕기 위해 모인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기억한다. 나라를 바로 잡겠다고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 힘껏 소리치던 국민의 모습을 기억한다.
한편으론 인간이 되지 못한 사람들도 많음을 안다. 자신의 유익을 쫓으면서 대의 명분을 내세우는 사람들...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이들...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잘못된 권력에 짓밟힐때 외면하고 심지어 후에도 제대로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서도 미처 인간이 되지 못한 모습을 발견한다. 내 마음 속 깊이 있는 욕망들을 나는 솔직히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한의 투쟁을 쫓으며, 씨돌의 삶을 읽으며, 용현의 모습을 보며 인간으로써 당연한 일을 해야 함을 다시 일깨운다.
#2020년 #독서 #독서감상 #SBS스페셜 #이큰별 #이승미 #요한 #씨돌 #용현 #자연인 #인간 #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