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독서동아리 선정 도서라 처음 접하게 된 책입니다. 제목이 독특합니다. 가만히 있다는 의미를 ‘가만한’이라는 형용사로 쓴 것을 그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는 동안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소모했던 이들에 대한 부고를 읽고 쓴 글이라 이제는 편안히 쉬라는 의미에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내가 알만한 유명한 사람은 나오지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세상을 조금씩 움직였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페미니즘 정신을 가진 사람,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람, 그리고 과거에는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부담스러웠던 동성결혼이나 존엄사와 같은 사회 쟁점이 되는 문제들에 대해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라는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비롯해 나치즘과 동시에 시오니즘을 비판하는 사람, 심지어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한 잡지 발행인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소 불편했던 이유는 내가 아직은 다수의 의견 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까지 허용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노예해방이나 유색인종 차별과 같이 과거에 비난받던 의견들이 현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예가 무수히 많습니다. 이들이 주장했던 의견들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 중 그렇지 않은 이도 있지만 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세상과 끊임없이 싸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편안히 쉬고 자신을 돌보기보다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갈망하며 자신을 소진한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