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내 기억이 맞다면) 김일성이 돼지로 변해 동굴에서 나오는 만화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똘이 장군인가 그랬던 것 같다. 이승복 소년의 일화를 듣고 자란 나에게 어쩌면 북한은 어떤 외국보다 먼 나라이고, 친구가 될 수 없는 이들이라는 이미지로 남아 있는지 모른다. 이번 학기 도덕 시간에 아이들과 통일에 대해 나누면서 스스로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읽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편으로 책을 열기가 조심스럽기도 했다. 이 책이 어떤 관점에서 북한을 보여주고 있을지 살짝 걱정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본 북한 사람은 오래 전 베트남에 갔을 때 북한 식당에서 본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장신구를 착용한 이들과 탈북해 살고 있던 과거 학우 한 명 뿐이다. 이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북한은 과거에는 더할 수 없이 좋았던 적도 있지만(일부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너무 어렵다는 것, 그리고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라는 것 정도이다. 이 책에는 북한의 자연환경, 지하자원, 농업, 그리고 현재의 모습 등 내가 알고 싶어도 그동안 잘 접하기 어려웠던 내용들도 있다. 정작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심각한 이슈인 핵개발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전반적인 북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은 좋았다. 특히 남자들의 군복무 기간이 13년에서 10년으로 줄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군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안타깝기도 했다. 통일이 된다면 양쪽 모두 그런 소모적인 에너지와 경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서 직업을 배정한다는 걸 보고 한편으로는 실업자 적어 좋기도 하지만 만약 좋아하지 않는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번에 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위험한 일일 수도 있겠다. 경제교류나 관광을 시작으로 서서히 문턱을 낮추고 왕래를 하다 보면 서서히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저자의 ‘통이’에 공감이 간다. 서로 소통하는 두 개의 사회, 결국은 하나가 되기를 바라지만 일단은 서로 통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서로에 대해(나부터)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 알아가야 할 것이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시대가 꿈속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