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인문학 모임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동안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두 권을 읽으며 이분의 통찰력이나 겸손한 해박함에 감탄했었는데 이번 책은 여행을 담은 것이기에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숱한 여행 책들을 읽었는데 이 책은 그것들과는 왠지 다를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첫 장부터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그의 여정은 유명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찬란한 역사뿐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피땀 흘린 사람들의 역사, 제국들의 식민 역사에 말없이 짓밟혔던 사람들의 아픔. 감옥에서 20년이란 숱한 세월 동안 책으로 세상을 샅샅이 보았을까요? 첫 세계여행이라는 그의 여행에서 남다름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생각지 못한 것들을 편지에 담아 보내 온 그의 소중한 여행담은 여행기라기보다는 역사책 같기도 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잉카 문명의 역사입니다. 스페인의 추격에 쫓겨 숨어 들어갔던 그들의 아픈 역사와 신비스럽기 그지없는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꽤 오랫동안 진지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라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왔던 마추픽추에 이 책을 읽고 드디어 나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밑줄 그으며 읽은 책이고, 오래토록 소장하고 싶은 책입니다. 다른 분들은 이 책을 어떤 마음으로 읽으셨을지 궁금해 모임이 더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