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염상섭의 이 소설집을 디지털대학교 강의 숙제를 하느라 다시 만났습니다. 어렸을 때 읽을 때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읽다 말았던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난 그의 세 소설은 지금 읽기에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현대어로 바꾸기는 했겠지만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들도 있고, 당시의 시대상황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도 묘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서울 중류 사람들의 말투를 잘 담았다는 그의 작품들을 읽으며 당시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일본인이나 일제 강점기임을 그대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암울한 분위기와 개인의 불행으로 인해 점점 이상하게 변해 가는 김창억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를 통해 당시 지식인의 무기력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학창시절 청개구리를 해부하며 느꼈던 섬뜩함은 김창억이라는 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가게 되면서 느끼는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를 통해 바라보는 자신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더 절망스럽습니다.
<두 파산>은 당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부유하게 살 수 없는 사람과 돈은 많지만 정신적으로 가난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대조적으로 드러내며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줍니다. 한때 교장이었지만 지금은 이자를 받으러 다니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돈 때문에 원지 않는 인생을 살기도 하는 건 비단 그 당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임종>은 죽음을 앞둔 병인(환자)의 입장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병인과 그를 속여 퇴원시키려 하면서도 자신이 다음 차례임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진 동생, 그리고 병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례를 치르는 사람 등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속물적인 인물들을 죽음이라는 사건을 사이에 두고 보여줍니다.
이번 과제가 당시를 함께 살았던 소설가 채만식의 작품과 비교하는 내용이었는데 과제를 낼 때만 해도 채만식의 글이 담백해서 좋다는 생각을 했다가 이 글을 쓰며 반추해 보니 한 인물을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해부하는 마음으로 적어내리는 것이나 당시에 살았던 속물적 근성을 가진 사람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인 묘사로 보여준 염상섭이라는 작가도 대단해 보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작가들의 책을 많이 접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기회 있는대로 만나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