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진지한 이야기보다 어쩌면 ‘이건 거짓말이야’라는 전제로 시작하는 이야기에 더 빠질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죽은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나쁜 귀신을 장난감 칼과 비비탄 총으로 무찌르는 보건선생님 안은영 이야기는 읽는 내내 웃음을 주었다.
사립학교에 온 은영은 그곳에서 이상한 일들을 목격하고 아이들을 돕기 위해 사방팔방 다닌다. 할아버지가 세운 그 학교에 한문교사로 있는 인표에게서 다른 사람이 갖지 않은 힘을 느낀 그녀는 인표와 세트로 다니며 소임을 다한다. 이상하게도 그 학교에는 독특한 인물들이 많은데 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은 것이 이 책이다. 죽은 후 찾아오는 그녀의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학생 학부모의 문제까지 해결하러 집으로 가기도 하는 오지랖 넓은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신기한 스쿨버스의 선생님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마도 꽃무늬 옷을 좋아한다는 걸 읽고 알록달록한 그 선생님의 모습을 연상했나보다. 어쨌든 그녀의 곁에는 사건 사고가 항상 있고, 그걸 유쾌하게 해결해 나간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웃기는 스토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읽는 내내 키득거렸다. 황당할 정도로 계속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일들에 허를 찔린 기분이랄까?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정말 힘든 인생을 살 것 같다.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이름 짓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누구의 이름을 쓰기도, 한 글자만 바꾸기도, 그리고 그 이름을 계속 사용하기도 어색했던 창작의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