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같은 동화를 보면 왕자와 결혼한 공주는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로 끝나지만 우리는 그들의 결혼이 순탄치만은 않았음을 미루어 짐작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계 여행을 성공적으로 다녀온 꽤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잘 적응하며 행복하게 살 거라고 막연히 여기곤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직장을 구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떤 이는 다시 자유를 찾아 세계를 누비고 있을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여성 여행자는 인기 유튜버로 고시원 생활을 즐겁게 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 생활을 잠시 접고 여행 자금을 아르바이트로 벌어 동남아 여행을 시작으로 하여 호주에서의 워킹 홀리데이와 세계 여행을 즐기고 1년 반만에 돌아왔다. 그 시절에는 해외 여행이라곤 해 본 적 없이 지냈던 나이기에 대학생이 세계여행을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였다. 나이가 들어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유럽과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을 여행하긴 했지만 나라에서 나라로의 계속된 장기 여행은 해 본 적 없는 나는 쉽사리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시작은 어리숙하다. 펜팔을 했지만 외국인을 실제로 만나기 두려워 우리나라에 온 친구를 만나지 않았던 저자이지만 인도 여행 마지막 여정으로 택한 홍콩에서 처음으로 펜팔 친구를 만나고 이후 많은 나라를 다니며 친구들을 만났다. 영어 실력이 거창하지 않아도 마음만 있다면 세계 여행이 가능함을 책 내용 중 65세의 나홀로 여행객을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여행, 특히 해외 여행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다. 짬이 날 때마다 꿈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꿈으로 마음에 담아 두기만 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기회만 된다면 더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말이다. 나에게 장기 여행이라고 해 봐야 호주에서 지낸 한 달 동안의 어학연수가 전부이므로 여행 이후의 적응을 두러워한 적이 없다.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1년 반이라는 시간이라면 아마도 바닥부터 새로 시작하는 느낌일 것이다. 마음에 담은 세계 곳곳의 풍경이나 수많은 경험 조차 무용지물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기 전과 후의 나는 엄연히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감히 도전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떤 고생을 하든, 어떤 행운을 만나든 일상에서의 하루와는 분명 다른 하루하루일 테니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니 또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것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짬이 날 때마다 우리 나라의 낯선 도시에 가 잠깐 동안이나마 외지인으로 지내는 것 또한 값진 경험이다. 사실 지금도 나는 그걸 실천 중이다. (혼자만의 비밀)
저자는 여행 동안 꾸준히 블로그에 기록을 했다. 그래서인지 글솜씨가 남다르다. 지금은 강연도 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그냥 평범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 것 같아 새삼 부럽기도 하다. 어떤 생활을 하든 1년 반 동안의 경험이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녀와서의 삶이 상상과 다르더라도,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감이 있더라도,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나도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나라 혹은 외국의 땅을 밟을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 느리게 걸으며, 때론 자주 앉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