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i2sal 님께서 가상화폐당에 남기신 글 입니다. 좋은 글인 것 같아 허락받고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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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진지빠는 글은 안 쓰려고 했는데 예전에 80% 정도 써놨던 글이고, 하락장에 다들 지루하실 것 같아서 글을 마무리 지어서 올려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서, 학술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 글은 아닙니다.
Cryptocurrency(암호화폐)로 한국이 떠들석합니다.
투기다, 도박이다, 바다이야기다, 각종 비난이 난무하는가 하면,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암호화폐의 국내 시세는 널뛰기를 반복하여 투자자들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뒤늦게나마 암호화폐에 투자를 해서 상당한 수익을 봤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한국 국내의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도박판으로 몰고 가는 여론이 쉽게 수긍이 가지 않고,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기술적, 생태계적인 몰이해가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개념이나 암호화폐가 투기냐 아니냐는 이야기가 아닌, '부의 이동'을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부(富), 다른 말로는 재산(財産)이라고도 하고 자산(資産)이라고도 합니다.
재산(財産)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이렇습니다.
1.개인(個人)이나 가정(家庭), 단체(團體)가 소유(所有)하는 재물(財物)
2. 경제적(經濟的) 가치(價値)가 있는 유형(有形), 무형(無形)의 온갖 것
자산(資産)의 사전적인 의미는 이렇습니다.
1. 소득(所得)을 축적(蓄積)한 것
2. 천량
3. 유형(有形), 무형(無形)의 값있는 물건(物件)으로, 부채(負債)의 담보(擔保)로 할 수 있는 것
그러니까, 부(富)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는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이 될 수도 있고, 부동산이 될 수도 있고, 귀금속일 수도 있고, 주식일 수도 있고, 채권일 수도 있고, 공장의 설비일 수도 있고, 사업권일 수도 있고요. 형태는 다양하겠죠.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면 그 어떤 것이라도 부(富)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부자인 이건희 회장은 그 많은 재산을 어떤 형태로 가지고 있을까요? 부동산도 많이 있을 것이고, 주식도 많을 것이고, 미술품으로도 있겠죠. 하지만 이건희 회장도 아마 현금 자산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대부분이 현금 이외의 자산일 것입니다.
그런데 부(富)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항상 이동을 합니다. 돈의 형태로도 이동하지만, 소유권이 바뀌면서도 이동합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이동이 자유로운 재산의 형태는 바로 '돈'입니다. 현금의 형태이건, 은행에 찍힌 숫자의 형태이건 돈은 이동이 매우 쉽습니다. 그냥 옮기면 끝나니까요. 내 통장에서 내 통장으로 옮기면 은행 수수료만 내면 되고, 누군가에게 양도를 하면 일정 금액 이상에 부과되는 양도세만 내면 됩니다.
그런데, 이 돈조차도 국경을 넘게 되면 이동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원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원화는 화폐이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일정 가치를 가진 유가증권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전세계의 모든 국가는 나라의 부가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외환법이라는 벽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돈은 하나의 국가 안에서만 이동이 자유롭습니다.
부(富)를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할 때도 상속세, 양도세 등의 저항을 만나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막대한 세금을 내야만 부(富)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세금을 그냥 다 내고 물려주거나, 여러 불법적인 방법으로 증여했습니다. 그런데, 금융이 크게 발전하고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세금을 합법적으로 내지 않는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됩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오퍼레이팅 리스(operating Lease)입니다. 주로 항공기와 선박을 많이 구입합니다.
과거에 항공기는 항공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비행기를 직접 구입하고, 이 비행기를 운항해서 나온 수익으로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운용되었습니다. 하지만 ILFC의 스티븐 우드바 하지(Stephen Udvar-Hazy)가 오퍼레이팅 리스를 개발하면서 항공기 시장은 아주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오퍼레이팅 리스는 이런 개념입니다. 우선 SPC(특수목적법인)가 돈 많은 사람들을 익명조합 형태로 모집해서 자금을 만듭니다. 그러면 이 자금을 가지고 항공기를 구매하고, 구매한 항공기를 항공사에 리스합니다. 항공사는 항공기 구입 대금을 10년에 걸쳐서 나누어 내는 방식으로 항공기를 사용합니다. 금융 리스로 항공기를 도입하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회계상 '차입'이 되지만, 오퍼레이팅 리스는 단순히 사용료만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빚이 아닌 비용으로 회계에 잡힙니다. 게다가 항공사는 비행기의 노후화를 걱정하지 않고 매우 빡빡하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내 자산이 아니니까요.
내가 막대한 재산을 가진 부자라면 페이퍼 컴퍼니를 하나 만든 뒤에 자본금을 넣고, 그 돈을 익명조합 형태로 SPC에 출자하여 비행기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나는 돈을 쓴 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안 냅니다. 그리고 몇년 동안 비행기를 리스합니다. 그러면 이 비행기는 당연히 기계장치이기 때문에 회계상 감가상각이 발생합니다. 비행기의 감가상각은 자동차와 비슷하기 때문에 비행기의 크기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일본의 경우 8~10년 정도면 비행기의 가치는 거의 0원이 됩니다.(실제로는 회계상에서 0이 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법인의 경우 특별감가상각이라는 것을 통해서 첫해에 80%의 금액을 감가상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리스를 해줬기 때문에 리스료를 받지만, 리스료가 비행기의 감가상각 비용보다 낮거나 같기 때문에 세금은 거의 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감각상각이 끝나서 회계상의 감가상각이 끝났을 때 이 SPC의 지분을 지닌 법인을 자식에게 양도합니다. 그러면 회계상의 가치가 없는 물건을 넘겨준 것이기 때문에 양도세를 거의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10년이 지나도 운항을 하기 때문에 리스료는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그렇게 발생하는 리스료는 SPC의 지분을 물려 받은 자식의 몫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운항하다가 비행기는 개발도상국의 항공사에 중고품으로 팔리게 됩니다. 그러면 리스는 종료되지만, 그 대신 비행기를 판매한 대금을 SPC의 지분만큼 회수할 수 있습니다.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당연히 상속세나 양도세보다 소득세가 낮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팔려나간 중고 비행기는 또 다시 중고 비행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SPC에 의해서 익명조합 형태로 오퍼레이팅 리스가 이루어집니다. 이 경우는 2년이면 감가상각이 끝나죠.
얼마나 많은 부자들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지는 오퍼레이팅 리스의 점유율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980년에 항공기 산업에서 오퍼레이팅 리스의 점유율은 1.7%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40%가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의 40%는 누군가 돈 많은 부자가 상속세를 절약하기 위해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재산입니다. LCC가 저렴한 이유 중 하나도 이것 때문이며, 여러분은 이걸 타고 국경을 넘고 있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냐면, 아마 이런식으로 부자들의 재산이 이동하고 있다는 걸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것 말고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재산을 이동하는 기법은 정말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습니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애플이 사용하는 더블 아이리쉬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같은 기법도 세금을 피하기 위한 기법 중 하나이고, 지금은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천재들이 지금도 이런 세금을 내지 않고 부를 이동 시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투자를 확대해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세금을 줄이는게 더 이익이 크니까요.
암호화폐의 등장은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굉장히 혁신적입니다.
국가의 제재를 피해서 부를 이동시키려면 아주 복잡한 기법을 써야만 했는데, 암호화폐는 지정된 지갑 주소로 전송을 하는 것 만으로 매우 빠르고 안전하게 얼마든지 부를 이동 시킬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100억원의 돈을 옮기려면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로 하려고 하면 비트코인 1,000개 정도를 지정된 지갑으로 전송하면 끝납니다.
암호화폐도 현금화 하지 않으면 소용 없지 않냐고 말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100억 정도 되는 가치를 지닌 자산이면 어떤 것이라도 현금화는 쉽지 않습니다. 부동산이건, 보석이건, 주식이건, 기계 설비건, 사업권이건 현금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기는 마찬가지고요. 오히려 환금성이 뛰어난 비트코인 같은 것이 부동산보다는 현금화가 더 쉽지요. 100억 정도 한번에 팔아도 지금의 거래 규모를 생각하면 티도 안 날 것이고요.
그리고 재산은 그냥 갖고 있기만 해도 의미가 있습니다. 반드시 현금화 해야만 부(富)인 것은 아닙니다. 땅을 100만평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땅 100만평으로 충분한 재산 가치가 있지, 그걸 현금으로 만들어야만 재산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변동성이 매우 심하지만, 언젠가는 가치가 고정될 것을 믿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얼마나 많은 부가 코인으로 저장되어 있는지 정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암호화폐는 부(富)를 디지털 데이터만으로 국경 없이 이동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코인이 지금 상태로 시장이 확대된다면 국가가 더 이상 부(富)의 이동을 통제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분노하실 분들도 많을 겁니다.
부자는 당연히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하고, 부를 자식에게 물려 줄 때는 당연히 양도세와 상속세를 내야 하니까요. 그게 건전한 사회의 올바른 룰인 것은 맞습니다. 저도 당연히 그런 룰을 정확하게 지켜줄 것을 바라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미 이 세상은 합법적으로 그런 룰을 안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많고, 전세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하나로 연결되어 버렸기 때문에 몇 나라가 힘쓴다고 해결 될 수도 없는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당장 온갖 수법을 동원해서 세금 안 내는 구글,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들을 제재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고요. 한국의 대통령까지 하셨던 어떤 분의 아드님이 왜 싱가폴에 있는지를 생각해봐도 그렇고요.
위에서 항공기 오퍼레이팅 리스의 예를 든 이유는 이렇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그냥 합법적으로 세금을 안 낼 수 있는 방법을 국가가 제시한 케이스입니다. 대신에 일본은 오퍼레이팅 리스에 대한 수수료가 전세계에서 가장 쌉니다. 그래서 어마어마한 자금들이 오퍼레이팅 리스에 물려 있고, 일본의 메가뱅크들이 대부분 여기에 익명조합과 함께 들어가서 자금 운용을 합니다. 심지어는 한국의 대형 은행들도 일본에 지점 만들에서 주력으로 하는 사업 중에 하나가 이겁니다.
양도세, 상속세, 법인세 등의 세금을 힘들게 걷기 보다는, 그 돈을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 운영 자금 규모를 크게 늘려서 시장을 지배해 수익을 내겠다는 관점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최종적으로 수익금을 뺄 때 세금을 낼 수밖에 없으니, 언젠가는 그 세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의 내제 가치가 제로라고 말하지만, 이미 수많은 자금이 들어가 있는 이상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들의 내제 가치는 더 이상 제로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어떤 의미에서는 국가 권력과 국가 권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부(富)가 전쟁중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정보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