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200K를 하면서 다짐했던.. 300K 는 안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루만에 까먹고..
할만하지 않을까? 또 언제 해보겠어. 하며 또 알수없는 근자감에 300K를 신청하고 걍 냅뒀죠..
그러던 와중 아들이 장염에 걸려 입원해버리는 바람에..아 못나가는 각이구나.하고 체념하고 있는 사이..
아내님께서 처형께 둘째를 부탁했다면서 다녀오라더군요...?? 전날 저녁까지도 못나간다 생각하고 아무준비 없다가..
부랴부랴 후미등부터 블박, 심박센서, 파워미터 등등 충전할거 다충전하고 보급식 챙기고 자전거 점검하고 잠들려니 12시가 넘었네요.
하지만 저는 천안 출발지인 NSR에서 불과 5분거리리는 치트키가 있기에 여유있게 5:30알람 맞춰놓고 잤습니다.
목표는 대에충 15시간대에 들어오자 였습니다. 너무 늦은 야간 라이딩은 싫어서요.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는지라..늘 그렇듯 전략은 대부분 솔라로 달리고 중간중간 속도맞는 팩을 만나면 얻어 타자였습니다.
여튼 잘자고 일어나서 대충 챙겨먹고 6시에 NSR로 출발합니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있더군요ㅎㅎ 이젠 익숙한 풍경입니다.
CP1 유구
코스의 초중반의 절반은 PT-92충남맛집투어와 겹칩니다.그리고 CP1인 유구까지는 밥먹듯 드나들던 곳이라 손쉽게 신나게 혼자서 내달렸죠..그리고.. 유구 읍에 도착해서 CP1사진 찍으려보니..CP1을 이미 한참 지나쳤네요..;; 알고보니 유구 다운힐 내려오기 직전 그 한참 위에 있던 바로 그 삼거리......;; 마곡사로 분기되던 그 삼거리..아... 사실 전날까지 못가는 줄알고 CP확인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꽤나 가파른 다운이었는데.. 다시 찍으러 올라갈 엄두가 안나더라구요..아..어떻게 비벼야지 생각하고 유구천 사진을 대신 찍어두고 CP2 청양으로 갑니다.
CP2 청양
칠갑산 산자락 청양은 콩밭매는 아낙네의 동상이 많더군요.. 히트곡 하나의 위력이란.....ㅎㄷㄷ
요기는 찍고 돌아나오는 CP라 내뒤에 내앞에 대충 얼마큼 있는지 가늠 할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쌩쌩합니다..ㅎㅎ문제는 이 다음...
CP3 안면도 꽃게다리- CP4 당진 왜목마을
중간지인 광천에서 점심 보급을 했습니다, 그 머릿고기 주는 칼국수를 먹고싶었지만... 줄이 일단 넘길고 경험상 국물많은걸 먹으니 달리기 불편하더라구요. 근처 롯데리아에서 전주비빕밥 버거로 탄수화물 보급을 했는데 꽤나 좋은 선택이었던것 같습니다.. 남당항까지는 역풍에서 불구하고 밥버거 힘으로 어찌 잘갔는데..
이제부터 문제는 남당항-천수만-안면도 꽃게다리- 당진 왜목마을까지 가는 코스가.. 바다바람이 엄청 쎄더군요..
엄청난 측풍, 역풍에 시달리며 제대로 탈탈 털리는것도 모자라서 천수만을 비롯한 서해로는 고속 국도에 차들이 너무 많아요..하나도 안즐겁고 엄청 스트레스.. 거기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낙타등.. 속도좀내면 다깍아먹고..쫌 힘내서 내면 또 깍아먹고..한 20번 반복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찐으로 제대로 털렸네요..역풍/측풍+차량스트레스+낙타등+서산시내주파.. 흑... 제일 힘든 구간이었고 제일 오래걸렸던 구간었습니다.
꽃샘추위에 바람도차고... 계속 솔라 하다가 서산시내에서 도마니 타시는 한분을 만나..서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힘내서 왔습니다..역시 힘들땐 누구라도 옆에 있으면 조금 더 도움이 되는것같네요.. 그분께서 왜목마을 이후부터는 자기 버리고 혼자가라고 괜찮다고 하셔서..살짝 속도 냈더니 이미 저뒤에 계시더군요..돌아가서 인사라도 드릴까하다가...저도 힘든와중에 그러지 못하고 계속 달렸습니다..
CP5 합덕-CP6 송악
당진 시내부터는 이제 해도 완전히 지고 야간라이딩입니다.. 혼자가기엔 좀 무서워서 적당한 일행을 만났으면 좋겠다 하던와중에 3인팩이 슈욱 지나가길래 기회다 생각하고 냅다 붙었습니다. 제가 붙은 걸 아시고 친절히 홀턱을 외쳐주시던 그분들..뒷바람 서풍에 팩주행까지 하니 평속이 30이 넘었던것 같네요. 간만에 좀 신나게 달려봅니다.당진에서부터는 거의 평지기 때문에 신호만 없으면 방해요소가 거의 없더군요.
이 구간에서 손실본 시간만회를 가장 많이 한것같습니다. 합덕까지 쉬지않고 내달려서 사진찍을때 그 분들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렸습니다. 괜찮다고 앞으로 계속 같이 가자고하셔서 내심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또 송악까지 왔습니다. 깜깜한 와중에 전조등 불빛 들과 페달링 소리 중간중간 홀!! 턱!! 을 외치는 야간라이딩의 느낌은 오묘하더라구요..그리고 송악에 다와서 270km쯤 등장하는 마지막 고비 솔티고개...경사도 15%짜리 업힐이....다리는 털릴대로 털리고. 컴팩에 30T는 와리가리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오를수가 없더군요.. 꾸역꾸역 페달을 밟아가며 괴성도 질러가며 마지막 고개를 올랐습니다..많은 분들이 욕하며 올라오시더라구요..ㅋㅋ 휴우..그리고 깜깜한 어둠의 다운힐을거쳐 송악까지 약내리막 구간을 내려갔습니다.
마지막 복귀
이제 도착까지 남은 거리 15km ...여기서 제실수...15km라고 만만하게 보고 그냥 파워젤 빨지말고 마이쭈만 하나만고 갔던게 실수였네요..
하지만 얼마안가 갑자기 봉크끼가 와서.. 정신없이 당을 찾았는데..야밤에 팩라중에 두꺼운 장갑을 끼고 저지 주머니를 뒤져서 도저히 못꺼내겠더라구요..
어어어 큰일 났다.. 하고 반쯤 눈이 풀린채로 달렸습니다. 배방 시내에서 신호가 걸리면 젤빨아야지 생각했는데. 와...ㅋㅋㅋ 신호운빨이 ㅋㅋㅋㅋㅋㅋㅋ누가 조작하는것도 아닌데 지나갈때마다 자동 파란색으로 ㅋㅋ 시내를 어떻게 신호한번 안받고 한방에 관통할수있는지...ㅋㅋ
어쩔수 없이 그대로 마지막 NSR까지 왔습니다. 진짜.. 쓰러질뻔했어요..
9시에 도착했는데 너무 춥더라구요..끌어주신 분들과 식사도 한끼 못하고..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만 드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주행기록은15시간 12분.. 그분들이 아니었음 불가능했을 기록..다행히 CP1 못찍은건 유구천 사진으로 인정해주시더라구요..ㅎㅎ
집에와서 샤워하고 났더니 저혈당에 저체온증 증상까지 와서 허겁지겁 냉장고를 뒤져 입에 쑤셔 넣었습니다. 그리고 맥주한잔 못하고 쓰러져 잠들었습니다.. 이제사 글쓸만해져 후기를 남깁니다..ㅎ
뭐든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할때는 그런것같습니다. 해보기 전에는 할만할 것 같은데? 그냥 하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렇게 만만하게 느껴지다가..
하지만 중간에 반드시 포기하고싶은 고통이 찾아올때가 있네요..아..못할것 같은데..? 이거 끝이 안 날것같은데..? ...망했는데...?겨우 이것밖에 못했는데 벌써 죽겠는데..?
하지만 자전거가 좋은게 특성상 포기하는것보다 그냥 타고 가는게 나은 경우도 많아서 포기가 잘안되죠..ㅋㅋㅋ 어쩔수없이 하다보면 다시 할만해지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렇게 하다보면 끝이나죠.. 그렇게 어떻게든 끝내면 환호와 감동보다는.. 겨우 해치웠다..라는 느낌이 먼저드는것같아요..
감동은 좀 늦게 고통이 물러가고 난다음 기억에서 미화되어있을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도전 과제를 또 신청하죠..
전 300k이상은 와 무리인것같구요.. ㅋㅋ
여기 그랜드란도너를 포함한 굇굇분들 많으시지만 제겐 큰 도전이었습니다..그리고.. 설악그란폰도가 다음 도전과제입니다..!!
자당 모든분들 23년도 즐겁고 안전하게 라이딩하세요!!
덧: 제가 야간라이딩을 준비를 하나도 안했더라구요...전조등만 하고..특히 요즘같이 기온차가 심한날에...ㅠ 느낀점은 야라를 대비해서,
- 변색고글을끼거나. 아예 처음부터 클리어를 꼈어야했다..
- 브린제+카스텔리 방풍기모저지를 입었는데..그게아니라 그냥 알파로스2를 입었어야했다.. ㅠㅠ 넘나 추웠어요. 아니면 바막을 추가로 하나 더챙겼어야했다...
- 토커버, 동계장갑 낀건 잘했다. 안그랬음 손발 엄청 시려웠을 것 같아요..
- 대비는 한낮 기온기준이 아니라 최저기온을 기준으로 대비를 해야하는게 맞다..새벽에 출발할때야 체력도 있고 쌩쌩해서 좀 추워도 걍 버틸만한데.. 야간에는 체력도 다털리고..기온마저 추우면. 저체온증에..여러가지로 잘못하면 위험하겠더라구요..
광천시장 내 칼국수집은 비빔국수를 하시드라고요. (맛도 제 입맛엔 광천시장쪽이 쪼오금 더 낫더란)
고생 많으셨습니다~! 완주 축하드려요~!! 짝짝짝
400 등록하시겠네요 ㅎㅎㅎ
당진부터 같이 탔던 3인팩의 뚱땡이입니다 ㅋ
저희끼리 타면 마지막엔 살짝 지겹고 할 얘기도 다 떨어져가는데 덕분에 재미있게 타고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작년에 SBS 완주하신분이랑 같이 피니시하실 정도면 슈랜 충분히 가능하세요.
시즌초에 몸 올리신거 매우 아까우니 허락령만 잘 넘으시고 한번 도전해보세요 👍
기억에서 미화되어있을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100배 공감합니다. 명문장이네요.👍
오늘도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