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도 아니고 지식...이랄 것도 없으니 분류가 애매하네요. :) 굉장히 공 들여서 자세하게 쓴, 역사의 기록입니다. 원문의 절반 분량을 맘대로(!) 추려봤습니다. 원문 읽기는 회원가입을 요구하는데, 무료등급도 전부 읽어볼 수 있습니다.
Analyzing The Airbus A380’s Premature End
콩코드 이후 유럽의 가장 야심적인 민항기 프로젝트는 거대한 실패가 되었고 시장을 잘못 읽은 경영의 사례가 되었다. 정말 시장을 잘못 읽은 것일까?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라도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던 걸까?
마지막 기체 출고의 몇 주 전에 많은 내부자들의 견해와 기억을 들었다. CEO 퇴임을 앞두고 프로그램 종료를 결정한 Tom Enders , 전직 에어버스 판매책임(Airbus sales chief) John Leahy, 에어버스사의 판매 임원(sales executive)을 거쳐 루프트한자에 재직했던 Nico Buchholz 등이다. 일부는 여전히 A380을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첫 기체가 출고되기 전부터 업계에선 회의감이 돌고 있었다.
패러다임 전환
1990년대 동안, 수년의 연구를 거친 후 A380의 기회와 리스크에 대한 내부의 논쟁이 뜨거워졌다. "에어버스가 무턱대고 A380에 뛰어든 건 아닙니다. 우린 리스크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Tom Enders는 말한다. "그런데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모두의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2003년 12월 보잉이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 특히 복합재를 통해 중량을 줄인 787에 착수했다. 반면 2000년 12월 착수된 A380의 성취는 "크게 만들었다"는 것이며, 구조적으로 매우 보수적이었다.
그 차이의 결과는 근본적인 것이었다. 대형기체 제작비용절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787과 뒤의 A350 유닛 코스트는 A380보다 효율적이었고 좌석을 채우는 부담도 적었다. 기체마다 올리는 매출은 동전의 다른 면이었다. A380은 수백 개의 좌석을 더 채워야하는 압박을 받았다. 대서양노선에 A380이 투입되면서, 루프트한자 프랑크푸르트-뉴욕 노선의 수익은 380의 유닛 코스트만큼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John Leahy는 엔진사인 RR과 GE를 비난했다. "2000년경 에어버스는 엔진사의 말만 믿었습니다. 우리는 엔진사로부터 당분간 더 좋은 연비(SFC)의 엔진이 나올 전망이 없다는 장담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3년 후, 첫 기체를 인도하기도 전의 시기에 GE와 RR은 15% 향상된 엔진을 787을 위해 내놓았습니다. 에어버스가 불리해진 것은 불운의 산물입니다."
A380의 주요 고객인 에미레이트 항공의 CEO Tim Clark는 어느 정도 이에 동의한다. "엔진이 바뀌지 않고 기체 중량을 줄이지 못한 게 유감입니다." 그러나 그는 A350와 787이 출시 후 많은 문제를 겪은 것에 비하면 A380은 그 정도는 아니었음을 지적한다. A380 1개 편이 취소되면 대체를 찾는 것은 훨씬 부담 되었을 것이다. 신뢰성과 효율 사이의 트레이드 오프는 항상 큰 고민이다.
에어버스가 A380을 결정했을때 여전히 추종했지만 결국 잘못으로 드러난 관념이 있었다. Tom Enders는 회고한다. "1990년대에는 에어버스뿐 아니라 많은 항공사에서 광동체는 여전히 4발기에 초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에어버스는 747과 경쟁하여 보잉이 독점하는 대형기체의 영역을 노렸다. 수주를 위해 몸부림치던 2015년, 당시 CEO였던 Fabrice Bregier는 A380이 "최소한 10년 빨리 나왔어야 했다."고 시인했다.
그 정도는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았을 것이다. 1990년 보잉은 747-400을 122대 수주하고 70대를 인도했다. 10년 후 에어버스가 A380에 착수했을 때 747의 주문은 26대 인도는 25대로 줄었다. 그 후에는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계속 줄었다.
A380의 문제는 787과 A350만이 아니었고 더욱 심화되는 시장의 변화였다. 2004년 4월, 에어버스의 뒷마당이나 다름없던 에어 프랑스가 보잉 777-300ER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747이 정석처럼 되어있는 장거리 노선을 효율적인 쌍발 엔진으로 대체했다.
Tom Enders는 말한다. "우리는 쌍발기체의 장래를 잘못 판단하여 A380의 효율성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포인트 투 포인트 논쟁과 함께 보잉이 대부분 옳았습니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승객은 허브에서 환승할 필요 없는 논스톱 노선을 선호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놓쳐버린 기회
효율적인 쌍발기체 말고도, 2005~2007년간의 시기가 A380의 빠른 몰락에 중요했다. 수십 억 유로의 추가비용이 들었고,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5년 4월 첫 비행을 하며 항공역사에 중요한 기록을 남겼지만, 곧바로 회사는 첫 번째의 6개월 짜리 지연을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협력사들이 서로 다른 버전의 카티아CAITA를 쓰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동체와 케이블이 맞아들어가지 않았다. 에어버스는 2차례 추가로 지연을 발표했고 2006년 연말에야 해결의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에어버스의 시장전망은 2000년부터 운항에 들어가는 7년간의 세월에 변해버렸다. 루프트한자에서 A380을 발주한 Nico Buchholz는 말한다. "2000년에 2005년의 결과를 예측할 순 없었을 겁니다. A380은 기술적으로 진부화되어 버렸습니다."
일본이 하네다공항을 국제선에 개방하면서, 슬롯이 부족한 나리타에 적합하다는 A380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중국은 도시마다 기록적으로 새로운 국제공항들을 지어대며 장거리노선 취항을 독려하고 있었다. "A380이 그곳들에게 너무 크다는 느낌은 들었어도, 그걸 확증할 순 없었을 겁니다."
Nico Buchholz는 A380을 구할 기회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신속하고도 힘든 실천을 요했다. 동체 설계의 재난에 빠져있을 때, 에어버스는 보다 효율적인 엔진과 함께 기체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 "더 좋은 엔진이었다면 A380은 보다 오래갈 수 있었을 겁니다."
John Leahy도 그렇게 주장한다. "새로운 엔진이었다면 A380은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을 겁니다. 우리는 그 직전에 있었습니다. 적절한 엔진이었다면 우린 새 역사를 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급적 이른 시기에 엔진을 교체했어야 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존의 엔진에 이미 많은 노력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취소했다면 엔진사들과 큰 분쟁이 있었을 겁니다."
중량 문제
2007년부터 2016년의 9년간은 드라마틱했다. 가장 중요한 고객인 에미레이트 항공의 첫 인수는 세계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이었다. 2010년까지 투자는 위축되었고, A350, A320neo와 A400M의 개발비 부담에 A380-900은 보류되었다.
보다 큰 A380이야말로 에어버스가 본래 생각하던 것이었는데, 그 때문에 A380-800에 필요 이상 큰 날개가 달렸다. 그래서 보다 최적화되어 작아진 날개일 때보다 무거워지고 효율성이 떨어졌다. Tom Enders는 말한다. "A380-800은 본래 우리가 의도하던 기체는 아니었습니다."
Nico Buchholz도 말한다. "설계는 보다 큰 파생형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항공사들은, 예를 들면 루프트한자는, -900급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800도 좌석을 채우는 것이 부담스러운데 더 큰 -900은 불을 보듯 뻔했다.
한편으로 에미레이트는 -900급을 선호했다. 혼잡한 노선(busiest routes)을 가진 입장에선 보다 큰 기체가 효율적이었다. Tim Clark는 말한다. "본래 우리는 -900급을 원했지 -800급은 아니었습니다. 120석을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구상은 다른 항공사들에게 인기가 없었습니다. 입장이 달랐으니까요."
-900 플랜의 문제는, 생산여부보다 -800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John Leahy는 지적한다. "시작부터 -900을 염두에 둔 중량으로 만든 것이 실수였습니다. 이미 도입한 기체를 나중에 잡아늘리려고 처음부터 여분의 중량을 떠안는 사람은 없습니다. 100석의 좌석이 더 필요하게 되면 큰 기체를 제작할 겁니다."
한편 Tim Clark는 -800이 에미레이트 항공에선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제금융위기 이후로 우리 이익의 80%는 A380에서 나왔습니다. 기술적으로 구식인 엔진임에도 여전히 효율적입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비율이 상응하는 등급들로 좌석을 편성했다고 가정한 A380과 787-9을 비교하면, 좌석당 연비는 380이 4% 좋다고 한다. 물론 380의 많은 좌석을 늘 채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야 하지만 "어마어마한 기내공간을 다루는 일은 놀랍고도 흥미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우린 기내에 리츠 칼튼 호텔을 차렸죠."
만리장성
A380의 역사에서 가장 큰 오해는 중국시장의 잠재력이었다. "두바이 같은 작은 나라도 100대 이상을 사는데, 중국에선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전직 에어버스 임원은 회고한다. 그러나 중국에 팔린 것은 남방항공의 5대(첫 인도는 2011년 10월)뿐이었다. 왜 중국에선 통하지 않았을까?
에어버스는 중국의 3대 항공사, 에어 차이나, 동방항공, 남방항공에 판매를 시도했지만 몇 가지 요인이 장애가 되었다. 당시 서비스 품질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던 이들 항공사에겐 장거리 노선에서 세계의 메이저 항공사들과 경쟁할 야심이 없었다. 그들은 보수적이었고 새로운 것을 꺼렸으며 시장에서 검증된 것을 원했다.
어떤 내부자는 회고한다. "타겟이 에어 차이나였어야 했습니다." 국적항공사로서 수도 북경에 근거한 곳이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보잉을 선호했고 747-8까지 주문한 몇 안되는 항공사였다. 그리고 미국에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도 얽혀 있었다.
일부 중국측 전문가들은 에어 차이나에서도 A380의 기회가 있긴 했다고 믿는다. "에어 차이나의 롤모델인 캐세이퍼시픽이 A380을 도입했다면 따랐을 겁니다." John Leahy도 동의한다. "캐세이퍼시픽이라면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당시 캐세이퍼시픽 대표가 A380에 대해 공공연히 회의적이었지만, 내부적으로 특히 2010년쯤에는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내부자의 증언에 의하면, 거래의 성사 직전에 항공사측의 추가 (양보)요구가 거절됐다고 한다.
어떤 임원은 먼저 남방항공에 판매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남방항공에 판매한 것이 실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에어 차이나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항공사간에는 대표들 사이의 감정마저도 얽혔고, 서로 상대방이 잘못되었다고 증명하기 위해 반대로 움직었습니다."
에어버스가 일단 중국시장을 뚫었다면 결국 수백 대를 팔 수 있었을까? 당시 중국에 정통했던 한 인사는 에어 차이나에 최대 15대, 남방항공과 동방항공에 각각 10대씩이었다고 본다. "200대는 절대로 실현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기회
2013년 11월, 에미레이트 항공은 A380에 새로운 추진력을 줬다. 운영중인 39대와 확정된 주문 51대 외에 50대 추가를 두바이 에어쇼에서 발표했다. 에미레이트의 주문은 현존 -800에 관한 것이었지만, A380neo 컨셉도 논의되었다.
두바이 에어쇼로부터 1년 뒤, 당시 CEO Fabrice Bregier는 새로운 엔진에 동체가 커진 A380neo를 언급했다. 6개월 후에는 A380neo가 2020년쯤 운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6년 6월 에미레이트 항공의 CEO Tim Clark는 A380neo에 대한 논의가 중지되었다고 밝혔다.
John Leahy는 말한다. "A380neo나 확장형이 고객을 모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져만 갔습니다. 그들은 우리 못지 않게 엔진사로부터 새 항공기의 성능 개선의 확신을 얻고 싶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미레이트 항공은 A380을 포기하지 않았다. A380의 위기와 회의감이 깊어지는 와중에 2018년 (옵션 포함)36대 추가도입에 동의했다. 에어버스와 RR 사이에는 힘든 교섭이 진행되었고, GE나 PW는 이제 A380 사업에 관심을 잃었다. 이 거래는 다른 항공사들이 관심을 보일 때까지 A380을 연명시킬 수 있는 관건이었다. 그것은 수십 년을 항공기 영업에 종사해온 John Leahy의 마지막 거래였다. John Leahy가 두바이로부터 돌아온 지 정확히 1년 후, 2018년 연말에 Tom Enders CEO는 퇴임을 앞두며 A380의 종료를 결정했다.
당시 John Leahy는 이미 퇴직한 상태였다. "내가 퇴직한 후에도 에미레이트의 지원으로 A380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해 2월에 퇴직하면서 후임자에게 인계했고 에미레이트와의 거래가 완료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왜 성사되지 않았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RR과의 관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에미레이트의 수요는 확실했다고 지금도 믿습니다."
Tim Clark의 회고에 의하면, 2018년의 운영전략에선 A380은 120대가 '최적'이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2030년대까지 유용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결국 에미레이트는 A380이 더 필요하지 않으며, 보다 작은 A350와 787-9의 추가가 합리적임을 발견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같은 추력이라면
쌍발기보다 4발기가 더 조용하다는 말이 있던데요
좌석도 적당히 넓직넓직했었구요.
당분간 코로나라 해외를 못나가니 어쩌면 19년도에 탑승한게 제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A380일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