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리뷰의 주제는 기능과 UI, 그리고 스펙에 대한 이야기. 아스텔앤컨 AK100의 출시 소식이 처음 전해 졌을때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음질에 관심이 없거나, 있기는 해도 이어폰 하나에 50만원을 내야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은 69만 8천원 짜리 제품에서 동영상 재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반면 고가의 이어폰을 소유하고 있는 마니아들은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맞다. 이 AK100에는 동영상 재생 기능이 없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동영상은 PC의 모니터나 노트북으로, 거실의 TV로, 스마트폰으로, 하다못해 PMP(이제는 사라졌지만)로 보면 되니까. 반면 24bit 192kHz의 고음질 소스를 재생할 수 있는 '휴대용' 음향기기는 AK100이 유일하다. 이렇게 AK100은 고음질 소스의 재생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니 UI 역시 정말 간단하다.
AK100 의 상단 오른쪽 전원 버튼을 길게 눌러주면 부팅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 부팅에 걸리는 시간은 스마트폰 만큼이나 길다. 이런 시간이 고가 제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24bit 192kHz의 고음질 소스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기다림은 진공관 앰프에서 진공관이 제대로 빛을 발하며 진공관이 따뜻하게 달아오를 때까지 기대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AK100은 그만큼 좋은 소리를 들려주니까.
일 단 PC와의 연결은 USB 케이블을 이용한다. 이 케이블은 보통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상호 공유 역시 가능하다. 물론 케이블 한 끝에는 iriver의 로고를 새겨 놓았다. 케이블의 커넥터는 위쪽이 넓은 방향으로 들어간다. 대부분의 USB 케이블은 이 방향으로 들어간다.
부 팅이 끝나면 이전 재생되던 화면이 나온다. 화면을 손으로 터치하면 위 이미지와 같은 UI가 보인다. 위 이미지에서 화면 속의 재생 아이콘을 클릭하면 재생이 되는 직관적인 UI다. 오른쪽 위에는 시간과 배터리 용량이 표시되며 왼쪽 아래는 재생 방법에 대한 내용, 오른쪽 아래는 설정에 관련된 항목들이다. 특이하게 - 라기 보다 이 제품의 콘셉트에 꼭 맞게 - 곡의 제목 위에는 해당 곡의 비트와 샘플레이트 정보가 표시된다.
화 면 왼쪽 아래의 메뉴 버튼을 클릭하면 위와 같이 보인다. 한 화면당 4개 항목이 보이는데, 이 상태에서 화면을 위로 밀어주면 아래쪽에 있는 메뉴들이 보인다. 아래쪽에 있는 메뉴들은 재생목록 / 장르 / 가장 많이 재생한 곡들 / Mastering Quality Sound(MQS) / 폴더 / 설정 까지 이어져 있다.
내 친김에 전체 메뉴를 정리해봤다. 위 이미지에서 오른쪽은 화면 왼쪽의 메뉴버튼을 누르면 볼 수 있고, 하위 메뉴는 각 메뉴를 클릭하면 보이는 부분이다. 전체 메뉴가 워낙 간단하기에 위와 같이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위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AK100은 블루투스를 지원한다. 또한 이전 리뷰에서 이야기 한대로 볼륨은 총 140단계(0.5 단계씩 총 70단계)로 조절 할 수 있다. 또한 거의 모든 설정은 이렇게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밝기는 총 30단계, 자동 전원 끄기는 끄기 / 10분 / 30분 / 1시간 / 2시간까지 조절할 수 있고 입력이 없을때의 화면 끄기는 3분 / 5분 /10분 / 30분으로 조정할 수 있다. 특히 편리한 것은 바로 이퀄라이저(Equalizer)의 조정이다.
이 퀄라이저(EQ)는 잘 알려진대로 손가락으로 화면을 그려주면 바로 적용된다. 조절 할 수 있는 음역대는 62Hz / 260Hz / 1kHz / 4kHz / 16kHz 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조절하면 각 대역을 민감하게 조절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생긴다. AK100은 이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이 퀄라이저 설정에 있어 AK100은 또 하나의 설정 방법을 마련해 두었다. 해당 음역대를 클릭하면 +10에서 -10까지 총 20단계에 걸쳐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위 화면에서 바로 각 대역을 선택하고 원하는 조절 정도를 클릭하면(이때 오른쪽 위에 숫자가 보인다) 원하는 만큼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상세한 이퀄라이저 조정이 가능하지만, SRS, BBE와 같은 음장기술은 적용되지 않았다. 사실 이들은 기술적으로 원음에 비해 음질적으로 부족한 MP3 파일의 소리를 보충하기 위한 기술이기 때문. AK100에서 재생되는 MQS 음원들은 이런 기술을 적용 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아 스텔앤컨 AK100이 좋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은 영국의 울프슨(Wolfson)사의 DAC인 WM8740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DAC는 다양한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DAC는 Digital - Analog Converter의 약자로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음원을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주는 장치다. 이 DAC의 성능이 재생 음질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위 이미지는 WM8740의 내부 구조의 다이어그램. 특이한 것은 스테레오 중 왼쪽과 오른쪽 채널을 별도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PC-Fi의 기본이 되는 외장 사운드카드 중에서도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는 제품들은 크로스토크(Cross Talk, 두 채널의 소리들이 서로 간섭하는 현상)를 막기 위해 이런 회로 구성을 택한다.
또 한 DAC의 성능과 함께 재생 음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디지털 기기의 음악 재생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DAC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하는데, 이 신호는 귀로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다. 이를 디지털 앰프를 이용해 충분히 큰 소리로 증폭하고, 이 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나오고 우리의 귀가 그 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다. 소형 기기와 하이파이 오디오의 작동은 원리상 동일하다. 잠깐 하이파이 쪽으로 넘어가 보자. 오디오 쪽에서는 음질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좋은 소리를 내주는 소스기기와 파워/프리앰프, 스피커 등의 장비가 첫번째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교류전원을 안정화 시켜 기기에 공급해주는 장비, 소스기기에서 나온 신호가 파워/프리앰프로 가는 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두꺼운 케이블 등이 뒤따른다.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 AK100 내부에 어떤 앰프와 어떤 이어폰 커넥터가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인 MP3 플레이어보다 좋은 것들이 쓰였을 것임은 분명하다.
재 생화면에서 오른쪽 아래의 너트 모양 아이콘을 클릭하면 현재 재생 중인 음악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파일의 이름과 종류, 비트레이트, 샘플레이트와 크기 등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가장 왼쪽의 아이콘을 누르면 이퀄라이저 설정, +기호는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다음은 반복재생(전체와 한곡), 그 다음은 순차 재생과 반복재생이다. 왼쪽 위의 화살표는 이전 화면(즉 재생중인 음악화면)이고 오른쪽 위의 재생 아이콘 역시 재생중인 음악화면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왼쪽을 누르면 곡 전체가 나오는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이 더 편하지 않았을까? 또한 UI에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 즉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처럼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진 않는다는 것. 이것이 불만인 사용자들도 꽤 있는것 같지만, 2주 이상 제품을 사용하며 이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보다 훨씬 고가의 오디오 장비 중에도 이런 부분에 신경 쓰기보다 음질에 치중한 제품도 많다. 아무도 메리디언 CD플레이어의 트레이가 천천히 나온다고 불평하지 않으며, 페라리의 엔진 소리가 크다고 불평하지 않는것처럼.
AK100 의 스펙은 위와 같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오디오 성능 부분이다. Frequency Response는 주파수 응답으로, 기기가 재생할 수 있는 저음부터 고음의 영역을 의미한다. 흔히 가청주파수(20~20,000Hz)의 영역보다 저음은 조금 더 낮게 재생된다. 여기서 이 정도는 다 하는거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다. 미안하지만 저 가청 주파수를 모두 듣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저 정도면 충분하다. 들을 수 없는 부분에 치중하는 것 보다는 들리는 음역대를 더 잘 재생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Signal To Noise Ratio는 흔히 신호대 잡음비(SNR)라 불리는데, 음성 신호에 잡음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 숫자가 크면 클수록 잡음이 적은 소리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카세트 테이프는 50~56dB, LP는 55~65dB, FM라디오가 60dB 정도. 디지털로 미디어가 넘어가면서 이 숫자는 엄청 뛰었다.
CD가 90dB, HDCD, XRCD는 96dB(16bit) 혹은 144dB(24bit), SACD, DVD-Audio, BD-Audio, DTS-CD, DSD-CD 역시 144dB다. 물론 이 숫자들은 이론적인 숫자고 실제 기기에서 재생되는 경우라면 해당 제품의 SNR이 최대치가 된다. 휴대용 기기의 대표주자인 MP3 플레이어가 90dB 정도니 AK100의 110dB는 적지 않은 숫자. 실제 하이파이 오디오 중에서도 AK100보다 SNR이 낮은 제품도 있다. 물론 이 SNR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소리라 할 수는 없겠지만, 잡음에 있어서 만큼은 자유로울 수 있다. 크로스 토크는 앞서 설명했듯 두 채널의 분리도. 이 숫자가 클수록 채널 분리는 확실해지고, 그만큼 소리가 들리는 공간이 확장된다. THD+N은 왜율인데, 어떤 원인에 의해 신호가 왜곡되는 수치로, 작을수록 좋다. 사실 이 정도 왜율이면 하이엔드 오디오에 필적할만한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AK100의 UI는 대단히 단순하다. 동영상 재생 기능이 없고, 오로지 음원 재생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동 속도 역시 빠르지 않다. 분명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단점이지만,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이것이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MQS 음원은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MP3 파일의 재생 음질은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전반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 리뷰에서는 본격적으로 음질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원문 링크는 http://bikblog.egloos.com/3914671 입니다.
아이리버 제품들 파는 곳이 조그맣게 있는데 거기에 아무나 들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저도 나름 하이파이라든지 이어폰 에드폰 등 관심이 많은 편이라 궁금했었는데
글쎄요 들어봤을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헤드폰 탓이었는지 잘모르겠네요.
다시 찬찬히 비교해서 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