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구성으로 저음의 물리적 압력을 경험하다
블루사운드 볼트 2i, 시스템 오디오 레전드 60 실버백
현재 국내에도 이런 저런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있지만, ‘좋은 음질’을 우선적 키워드로 삼는 오디오 애호가라면 ‘타이달(Tidal)’이라는 이름부터 찾아보았을 것이다. 해외 음악 중심으로 MQA 재생을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하지 않으므로 첫 가입에서만 VPN을 사용하여 미국 위치로 변경해줘야 한다. 그 후에는 한국에서 국내 신용 카드로 달마다 요금을 내며 안정적으로 구독할 수 있다.
오늘은 액티브 스피커에 대한 감상문을 쓸 터인데 시작부터 타이달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본인의 경우는 애플 아이폰 3GS 시절부터 아이튠즈 스토어를 사용했으며, 애플 뮤직 서비스가 시작되자 ‘취향 맞춤 추천’을 통해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그 중 베스트를 CD 음반으로 구입해왔다. 이후에는 고해상도 음악 파일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좋은 소리를 우선으로 하는 음반 구매도 했다. 즉, 손실 압축 파일의 온라인 음악 서비스, CD 음반 구입과 재생, 고해상도 음반 구입과 재생을 병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부터 요금제에 마스터 퀄리티 스트리밍이 포함된 서비스를 쓰기 시작하니 그처럼 복잡했던 음악 구매 시스템이 간단하게 통합됐다. 이제는 타이달에서 음악을 듣고, 타이달에서 적절하게 추천해주는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면서 감상의 범위를 계속 넓히는 중이다. 192kHz / 24bit PCM이나 Native DSD 128 재생은 아니지만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96kHz 해상도의 음반을 스트리밍하며 다른 음반들도 CD 해상도의 FLAC 파일로 재생하니 음질에 대한 불만도 없다. (*업샘플링으로 제작된 일부 마스터 음반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의견이 있겠으나 일단 이 글에서는 넘어간다.) 또한, 고해상도 음반들을 깔끔하고 보기 좋게 정돈해주며 소리도 좋은 ‘룬(Roon)’ 역시 디지털 시대의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편의와 즐거움을 주는 존재다.
이번에 본인이 청취해본 오디오 시스템은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가 만들어낸 편의성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네트워크 스트리머 한 대와 액티브 톨보이 스피커 한 쌍으로만 구성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트워크 스트리머가 무척 작아서 아예 TV 장식장 속으로 수납해버렸다. 아래의 사진 그대로, 한 쌍의 길쭉한 액티브 스피커 만으로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1) 플로어 스탠딩 액티브 스피커
: 시스템 오디오 레전드 60 실버백 (SystemAudio Legend 60 Silverback)
2) 고해상도 네트워크 스트리머
: 블루 사운드 볼트 2i (Bluesound Vault 2i)
“오늘의 주인공은 바깥쪽에 있는 플로어 스탠딩 액티브 스피커로, 시스템 오디오의 ‘레전드 60 실버백’이라고 한다.
안쪽의 조금 더 작은 스피커는 ‘레전드 40 실버백’이다.”
“네트워크 스트리머 ‘블루 사운드 볼트 2i’와 연결했다.
이 기기는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다루기 때문에 장식장 안으로 넣어두어도 된다.”
그러면 시스템 오디오 레전드 60 실버백을 살펴보면서 사용법을 체크해보자. 스피커 후면 하단을 보면 입력 패널이 아주 단순하게 되어 있다. 앰프가 스피커에 내장되어 있으므로 3핀 XLR 커넥터의 아날로그 입력으로 재생기나 프리 앰프에 바로 연결한다. 스피커 케이블이 아니라 XLR to XLR 또는 RCA to XLR 규격의 인터커넥터 케이블로 좌우 하나씩 연결하는 것이다. 블루사운드 볼트 2i는 한 쌍의 RCA 아날로그 출력이 있으므로 RCA to XLR 케이블 한 쌍으로 연결해두었다. 스피커의 높이가 118cm 정도라서 거실은 물론 안방에도 둘 수 있겠다. 색상은 화이트와 블랙이 있으며 알루미늄 소재의 발 받침(아웃 트리거) 4개로 지지하는 구조다. 이것은 몹시 두꺼운 고무로 진동을 흡수해주며 스파이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본인은 시스템 오디오의 스피커를 여러 번 접해봤는데, 이 덴마크 회사는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여 스피커 디자인과 설치 방식도 전용 오디오룸보다는 집의 거실이나 방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 여러분도 좋은 스피커 한 쌍을 구입했으나 룸 튜닝 때문에 골치를 썩힌 적이 많을 것이다. 시스템 오디오 제품들도 잘 튜닝된 룸에서 좋은 소리를 내지만, 창문의 커튼을 내리는 것으로 룸 튜닝을 끝낼 수도 있다. 또한 제품 설계부터 스피커를 벽에 가까이 두고 쓰도록 만들어놓았다. 이렇게 커다란 레전드 60 실버백 스피커도 벽에서 15~35cm 정도로 근접하여 두도록 권장하고 있다.
후면에 베이스 포트를 지닌 스피커인데 오히려 벽에 근접해서 두라니? - 이런 의문이 들지만, 시스템 오디오의 ‘벽 근처 배치법’은 두 가지 설계로 인하여 명확히 성립된다.
첫째, 레전드 60 실버백은 채널당 4개씩 앰프를 내장하고 있어서 560W의 출력을 내며 17Hz까지 내려가는 초저음을 재생할 수 있다. 또, 채널당 4개씩 탑재된 우퍼는 이 제품을 위해서 개발된 것으로 카본 파이버 소재의 진동판을 40% 더 움직여서 매우 깊은 저음을 생성한다. 저음의 증폭 구조도 다르다. 스피커 인클로저 내부에서 저음을 반사시켜 증폭하는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이 아니다. 채널당 두 개의 후면 베이스 포트가 있지만 내부 설계는 밀폐형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여기에 힘찬 앰프의 파워를 조합하여 더욱 정밀한 저음을 재생할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측정 앱으로 확인해보니 65~70dB 정도로 틀어도 아주 깊은 초저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소음 측정용의 dB(A)가 아닌 라우드 스피커용의 dB 기준.)
둘째, 이 제품도 시스템 오디오의 다른 액티브 스피커들처럼 낮은 볼륨에서도 저음이 손실되지 않도록 하는 어댑티브 베이스(Adaptive Bass) 기능을 갖췄다. 후면 패널에 어댑티브 베이스의 감도(Sensitivity) 선택 스위치가 있는데, 스피커의 설치 공간 특성에 맞춰서 6dB씩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저음 울림이 원래 강한 공간이라면 감도를 낮춰서 우퍼 울림을 줄여봐도 좋겠다. 하지만 저음 양감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부분 기본값 0dB로 둘 것이다.
요컨대 액티브 스피커 자체의 저음 파워가 강하며 밀폐된 내부 구조로 조율이 된 상태라서 벽의 반사를 활용해도 된다. 그리고 어댑티브 베이스 기능으로 저음의 양을 조정할 수도 있으니 벽에 근접하여 배치하라는 뜻이다. 또한 이번 청취 환경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방음과 튜닝이 완료된 전용 룸이 아니라 어느 정도 라이브한 울림이 있는 거실 같은 환경이다. 이번에 다룰 스피커가 음악과 영상 컨텐츠를 겸하는 제품이라서 좌우 스피커 사이에 대형 TV도 놓여 있다. 뮤직 스트리밍도 좋지만 유튜브, 넷플릭스를 볼 때에도 좋은 스피커임을 암시한다.
이번 시스템의 소리는 판매처의 청음실에 두 번 방문하여 감상했다. 원래는 한 번의 감상으로 첫 인상을 서술하는 글을 써왔으나, 앞으로는 첫 인상의 감상문을 쓰되 한 번 더 듣고 확인을 거치고자 한다. 또, 원래는 본인의 타이달 계정 로그인으로 감상할 생각이었으나 오랫동안 들어온 ‘시스템 확인용 음반’들이 따로 있기에 USB 메모리에 담아온 파일을 사용했다.
귀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선명한 고음
시스템 오디오 특유의 ‘자극 없이 선명한 고음’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심벌즈 소리의 찰싹 찰랑거림만 살아나며 대체로 무색이거나 살짝 어두운 고음 색깔이 떠오른다. 일렉트로닉 뮤직의 고음을 들으면 상당히 정밀한 인상도 받는다. 초고음 강조가 조금 있으니 이 점에서 밝은 음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트위터의 고음이 청취자의 귀 높이에서 깨끗하고 넓은 수평선을 만든다. 초고음이 귀를 푹 찌르는 것이 아니라 귀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데, 이것은 트위터 주변을 넓고 완만하게 다듬어놓은 어쿠스틱 렌즈 설계 덕분이다. 예전에 본인의 방에서 북쉘프 스피커 삭소(Saxo) 3 액티브를 감상할 적에도 명확히 느꼈던 특징이다. 단, 실로폰이나 벨처럼 초고음을 짧게 내는 악기가 연주되면 확실하게 귀를 찌르면서 생생하게 강조된다. 이 점은 청취자의 연령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알려둔다. 12~13kHz 이상의 초고음은 높은 연령일수록 감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세 지긋한 시니어 유저가 시스템 오디오의 고음을 듣는다면 그저 시원~한 느낌만 받을 확률이 높겠다.
잔향 없는 깔끔함,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는 소리
모든 음역의 잔향을 제거하여 유난히 깔끔한 느낌을 준다. 높은 중음부터 초저음 영역까지 불필요한 하모닉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속성이 약간 건조할 수도 있으나, 귀 주변으로 번지는 고음의 약한 잔향이 감성 보완 효과를 낸다. 단, 바우어스 앤 윌킨스(B&W)의 스피커처럼 고운 가루가 분명히 감지되는 잔향은 아니다. 시스템 오디오의 고음 잔향은 옅은 연기와도 같아서 청각에 부드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고음이 뭔가 예쁘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푸른 빛이 돌거나 특별히 강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오랫동안 차분하게 음미할 수 있는 고음이 시스템 오디오의 트위터 및 어쿠스틱 렌즈가 지향하는 목표로 보인다.
벽과 바닥을 타고 몸으로 전달되는 강력한 저음
레전드 60 실버백은 설계 시점부터 스피커 뒤쪽의 벽에 저음을 반사시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채널당 4개의 우퍼들이 만드는 저음이 강한 에너지를 형성하면서 청음실의 바닥에 초저음이 울리고 벽에서도 직접적으로 저음 파동이 밀려온다. 즉, 초저음 진동이 벽과 바닥을 타고 청취자의 몸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정면에서 가슴을 누르는 저음 압력과 묵직한 펀치가 마치 놀이 기구의 진동처럼 즐겁다. 이를 통해 본인은 라우드 스피커의 오디오 감상이 몸으로 정면 충돌하는 극도의 물리적 경험임을 새삼 깨닫는다. 영화 감상을 할 수는 없었기에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서브 우퍼를 별도 추가하지 않고 이 상태로도 영상의 웅장한 효과음을 경험할 수 있겠다. 단, 이러한 저음의 파동권(?) 시전 때문에 좌우 채널의 초점이 조금씩 흐려지기도 한다. 재즈 음반에서 베이스 드럼과 콘트라베이스가 함께 연주될 때 피아노의 중음이 조금 가려지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트위터의 고음 초점은 선명하게 잡혀서 심벌즈의 ‘챙’하는 시원함이 확 드러난다.
조절 가능한 저음과 적절히 화려한 고음의 혜택을 받는 중음
보컬의 낮은 음이 매우 두텁고 가깝게 느껴진다. 보컬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현상은 없지만 설치 공간의 특성과 어댑티브 베이스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다. 베이스 감도를 낮게 하면(-6dB) 원래 두툼하게 보강된 중음이 앞쪽으로 나온다. 베이스 감도를 기본으로 두면(0dB) 중음과 균형을 이룬다. 그리고 트위터 바로 아래에 있는 미드 레인지 드라이버가 낮은 중음을 든든하게 재생하고 있다. 밀도가 매우 높아서 마치 고운 밀가루의 반죽 같은 질감이 있는데, 이것이 사람 목소리의 기반을 두터우면서도 무척 매끄럽게 표현한다. 여기에 깨끗하면서도 자극 없는 고음이 목소리의 높은 음에 광택을 더한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소리에도 동일한 효과가 적용된다. 이런 것이 어쩌면 '적절한 화려함'일 것이다.
개방된 장소에서의 간접 음 경험도 좋을 듯
이 스피커는 일단 홈 엔터테인먼트 용도가 되겠으나, 소리의 스위트 스팟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으며 공간으로 넓게 퍼져서 간접 전달되는 음의 품질도 좋아서 개방된 장소에서 써도 되겠다. 그러니까 스피커 자체는 벽 근처에 두되 거실보다 훨씬 넓은 회사의 라운지나 카페에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음악 장르의 선택은 너무 진지하지 않게 접근한다면 오케스트라 연주부터 방탄소년단까지 커버할 수 있겠는데, 본인의 추천은 주로 재즈, 락이나 보컬 중심의 R&B, 소울 등을 권하고 싶다. 또한 스타일리시한 일렉트로니카, 앰비언트 장르에도 좋다. 재즈, 락은 선명한 고음과 더불어 두툼하고 강력한 펀치의 중.저음이 잘 맞고, 보컬 중심의 대중 음악은 밀도 높고 매끄러운 질감의 낮은 중음 덕분에 권장할 수 있다. 세련된 라운지 뮤직을 권하는 이유는 어댑티브 베이스를 낮췄을 때 환한 광택의 고음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
*이 감상문은 소리샵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