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제 라이 펜타 (Meze RAI Penta)
음악 속의 데이터를 해독하는 하이브리드 인이어 모니터
우드 하우징의 이어폰 헤드폰으로 왠지 자연을 떠올리게 하며 친근한 인상을 주었던 메제 오디오...였으나, 안토니오 메제씨는 다른 차원의 하이엔드를 노리고 있나 봅니다. 엠피리언으로 헤드폰 분야에서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넘사벽)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이어폰으로도 천국까지 도달하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이 사람을 누가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놀라운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외의 헤드폰쇼에서 프로토타입으로 등장했던 메제 오디오(Meze Audio)의 하이엔드 이어폰이 드디어 국내 출시됩니다. 이름이 ‘라이 펜타’라고 하는데요. 라이(RAI)는 루마니아어로 '천국'이라는 뜻입니다. 펜타(Penta)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드라이버 5개를 지칭합니다. 각 채널마다 2개의 듀얼 드라이버 BA와 1개의 10mm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이어폰입니다. 하우징 전체가 금속 덩어리라서 내부가 보이지 않지만 채널당 5개의 드라이버가 촘촘한 배선과 3개의 튜브로 집약된 구조의 인이어 모니터(In-ear Monitor) 되겠습니다. 150만원대의 하이엔드 모델이며 제 기준에서는 200만원 돌파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 중입니다. 유니버설 핏(Universal Fit)의 상급 인이어 모니터를 찾고 계신 분이라면 새로운 천국의 이어폰(...)으로 메제 라이 펜타를 주시해봅시다.
곡선형 금속 하우징, 다양한 이어팁, 편리한 기본 케이블
라이 펜타는 널찍한 박스에 포장되어 있으며 이어폰 본체와 이어팁을 모두 나눠서 끼우는 방식으로 정돈되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박스를 더 작게 하고 이어팁을 봉지에 모아서 담아둬도 좋을 듯 한데요. 비싼 이어폰에서는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 구성품을 쫙 펼쳐두는 패키징이 흔하니 넘어갑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라이 펜타의 캐링 케이스입니다. 튼튼하고, 보기에 좋고, 내부가 넉넉해서 패키지의 모든 구성품을 여유롭게 담을 수 있습니다.
구성 품목은 라이 펜타 본체와 MMCX 커넥터의 기본 케이블, 다수의 이어팁과 6.3mm 어댑터 및 항공기 어댑터, 그리고 요긴하게 쓰이는 이어폰 청소 도구가 있습니다. 이 청소 도구를 보면 한 쪽에는 작은 철사 링이 있고 옆에는 미니 빗자루가 있으며 끝에는 한 줄의 단단한 플라스틱 꼬리가 보입니다. 빗자루로 먼지를 털고 철사 링으로 노즐 속의 귀지를 빼낸 후, 그래도 노즐 깊은 곳에 뭔가 있다면 이 꼬리를 사용해서 꺼낼 수 있습니다. 라이 펜타의 노즐 속에는 모두 필터가 장착되어 있으니 청소 중에 필터를 찌르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라이 펜타의 몸체를 살펴봅니다. 척 봐도 뭔가 비싸게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지요? 멋진 곡선형 디자인과 안쪽의 베이스 포트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또한 MMCX 커넥터 부분이 튼튼하게 연결되어서 쉽게 회전하거나 옆으로 흔들리는 일이 없습니다. 라이 펜타의 하우징은 두꺼운 알루미늄 덩어리를 깎아서 만든 것이며 아주 튼튼합니다. 노즐까지 한 덩어리로 되어 있어서 파괴가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습니다. 어떻게 이런 가공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투 피스의 금속을 나사도 없이 단단하고 깨끗하게 결합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노즐에서 고.중.저음을 분리하여 전달하는 트리플 보어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라이 펜타의 기본 케이블은 투명한 피복에 은빛 선재가 담겨 있는 모습입니다. 4심의 은도금 무산소 동선이라고 하는데요. 보기에도 예쁘지만 선재가 유난히 부드러워서 사용이 편리합니다. 케이블이 옷에 닿을 때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으며 무게가 가벼워서 더욱 편안하네요. 또한 3.5mm 커넥터에는 로듐 도금이 되어 있어서 음질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이 케이블의 소리 효과는 어떨까요? 기본 케이블 대신 10~20만원대의 다른 은도금 동선 케이블로 교체해서 소리를 들어보니, 기본 케이블이 고음을 더 맑게 하고 저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케이블 교체는 MMCX 커넥터로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라이 펜타의 균형 잡히고 단단한 소리 성향을 지키고 싶다면 기본 케이블을 권하겠습니다. 기본 상태보다 더욱 부드럽고 저음이 웅장한 소리로 만들고 싶다면 여러 선재를 혼합한 고가의 커스텀 케이블을 조합해봐도 좋습니다. 커스텀 케이블의 매칭은 대단히 주관적인 것이므로 가능하다면 청음 매장에서 직접 연결해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라이 펜타는 하우징의 형태가 커스텀 이어폰처럼 귓바퀴 안쪽에 딱 맞아서 여러 사이즈의 이어팁을 써볼 수 있습니다. 이어팁이 약간 헐렁해도 이어폰 하우징이 귓바퀴 속에서 단단히 지지해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저의 귓구멍에는 큰 편인 대형 더블팁도 라이 펜타에서는 착용이 가능합니다. 또, 각 이어팁마다 노즐의 지름과 깊이가 달라서 소리 변화가 조금씩 생깁니다. 싱글팁보다 더블팁의 노즐 지름이 더욱 크며, 더블팁 중에서도 소형과 대형은 유난히 노즐이 넓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이 고음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모든 이어팁을 사용해보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소리를 찾아봐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는 중형 더블팁(사진에서 보이는 긴 것)을 쓰다가 감상문을 정리하는 단계에서는 중형 싱글팁으로 정착했습니다. 라이 펜타는 고음과 중음의 에너지가 무척 강한 편이라서 저에게는 노즐 지름이 좁은 싱글팁이 살짝 보완을 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라이 펜타를 구입한 후 노즐이 넓은 더블팁을 쓰시겠다면 다음의 소리 감상문 내용에 ‘고음이 더 선명하고 밝다’는 점을 추가해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사운드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