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문트 텔로스 헤드폰 앰프 3
더욱 선명하고 힘차게 진화한 퍼스널 리스닝의 정점
자전거의 주행 감각과 오디오의 경험
저는 자전거를 아주 좋아하는 편입니다. 서울로 올라온 후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다는 사실에 행복한 충격을 받았고, 주거 공간의 제약 때문에 9년 동안 여러 대의 미니벨로를 구입해서 느린 속도의 자유로운 라이딩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네 번째의 브롬튼(Brompton)을 사서 개인용 교통 수단으로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20만원 미만의 자전거로 시작해서 지금은 200만원대 브롬튼으로 정착을 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200만원대 자전거, 그것도 그리 빠르지 않은 폴딩 미니벨로를 구입했다고 하면 다들 이해를 못합니다.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20만원 미만의 미니벨로를 타던 시절에 동네에서 브롬튼을 타는 젊은 친구를 보곤 했는데, ‘자전거에 뭐하러 비싼 돈을 들이냐!'라는 생각을 했더랬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자전거에는 ‘주행 감각’이라는 게 있습니다. 제품의 디자인이나 브랜드 가치를 떠나서 자전거를 탈 때 느끼는 온갖 감각이 존재합니다. 20만원대 자전거를 탈 때 저는 지속적인 불쾌함을 느꼈습니다. 휠셋이 아주 조금 틀어진 상태로 조립되어서 달릴 때마다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지더군요. 허술한 강성의 프레임은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심각한 불안을 안겨주었습니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삐익하는 잡음이 들리는데 샵에 가서 정비를 해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디스크 브레이크가 아님) 그 후부터 자전거에 들이는 비용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희한하게도 비싼 자전거로 갈수록 주행 감각이 향상되는 겁니다. 브롬튼의 주행 감각에 대해서는 각자 의견이 다르겠지만 폴딩 미니벨로이고 휠이 매우 작은 자전거인데도 앞서 언급한 자잘한 문제점이 하나도 없으며 달리는 느낌이 무척 깔끔합니다. 또, 몇 년이나 달려도 그 깔끔한 느낌이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그 후 다니던 회사 대표님의 몰튼(Moulton) 자전거를 잠시 빌려 타보고 주행 감각의 완성도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됐습니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TSR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맛이 아주 좋더군요.
오디오의 경험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과 기술은 유사할 수 있으나, 오디오 장비가 내는 소리의 경험은 마치 자전거의 주행 감각처럼 대단히 주관적이면서도 반드시 느끼게 되는 차이점입니다. 또한 오디오샵에서 잠시 접해보는 것과 자신의 곁에 두고 천천히 들어보는 것의 차이도 아주 큽니다. 자전거를 구입해서 며칠 동안 직접 타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비싼 자전거의 훌륭한 주행 감각은 사실 자전거를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들의 완성도와 정확한 체결이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기 장치 하나도 없는 물리적 기계인데 서로 맞물려서 움직이는 부품들이 모두 모여서 라이더에게 중요한 감각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프레임과 좋은 부품들을 모아서 직접 조립하는 자전거가 주행 감각에서는 최상의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골드문트(Goldmund)의 브랜드 가치와 가격이 높은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골드문트 제품의 부품 중 일부는 다른 오디오 기기에서도 자주 쓰이는 것들입니다. 어떨 때는 타 회사의 기기를 골드문트의 노하우로 재설계해서 새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제품의 기획안이 나오면 그 제품 만을 위한 연구 개발팀을 구성하여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몇 년이나 일하는 것이 골드문트의 방식입니다. 유저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찾기 위한 방향은 굉장히 많지만, 충분한 자본이 있다면 여기 저기 헤매다가 결국 정착하는 곳이 스위스 오디오라는 경험담도 있습니다. 골드문트 제품의 소리가 좋은 이유는 결국 10배 가격의 자전거처럼 수많은 부품과 노하우가 정확히 맞물려서 다른 제품보다 월등히 훌륭한 소리 감각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주관적이지만 반드시 느끼게 되는 차이점이 되겠습니다.
저의 경우는 골드문트 제품을 구입할 경제력이 없으나 소리 감상문을 써온 경력 때문에 몇 가지 제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몇 가지 제품이라는 것이 아폴로그 애니버서리, 미메시스 32.5, 레퍼런스 블루 MK3였습니다. 페라리 2대 값의 시스템을 포칼 유토피아 헤드폰과 비교 청취했더랬습니다. 솔직히 가격은 체감이 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극단적일 정도로 깨끗한 사운드 이미지와 숨이 탁 트이는 공기의 느낌입니다. 그 후 골드문트의 헤드폰 앰프를 상세히 다루면서 이 회사가 어떤 소리를 추구하는지, 어떤 소리 감각을 제공하는지 대충 감을 잡게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몹시 즐겁고 행복합니다. 골드문트에서 업그레이드된 신형 헤드폰 앰프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 방의 허술한 헤드파이 시스템이 아니라 제대로 세팅이 된 공간에서 골드문트 소스 기기로 두 대의 골드문트 헤드폰 앰프를 비교 청취하게 되었습니다.
THA2와 THA3의 외부 차이점은?
골드문트 ‘텔로스 헤드폰 앰플리파이어(Telos Headphone Amplifier) 3탄’이 나왔습니다. 긴 이름이니까 ‘텔로스 헤드폰 앰프 3’로 해봅시다. 이것도 길게 느껴지니까 ‘THA3’로 해버리죠. 그리고 더 명확한 판단을 위해서 THA2와 대놓고 비교 청취를 해보겠습니다. 사진으로 이미 보이듯이 두 대의 골드문트 헤드폰 앰프를 동일한 소스에 연결하여 소리 차이를 제대로 검토할 것입니다.
헤드파이 시스템에서 정점을 노리고 싶은 분들은 골드문트 THA2를 탐색해보았거나 사전 청취를 해보셨으리라 예상합니다. 최고의 헤드폰을 구입했다고 가정할 때, 그 헤드폰의 잠재력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서 1만 달러를 투자하는 사례가 THA2라고 하겠습니다. 고품질의 DAC를 내장한 헤드폰 전용 앰프이므로 USB 케이블로 PC와 연결해서 사용하거나 각종 디지털 소스 기기에 연결하는 한편 RCA 커넥터의 아날로그 연결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Siegfried Linkwitz의 저서 “Improved Headphone Listening”에 기반한 바이노럴 모드가 있어서 헤드폰 감상을 더욱 라우드 스피커에 가깝게 해줍니다.
사실 텔로스 헤드폰 앰프 2만 가지고도 설명할 점이 무척 많지만, 저는 이미 리뷰를 통해서 대부분의 내용을 설명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텔로스 헤드폰 앰프 3의 비교 청취에 집중하겠습니다. 두 제품은 외관이 거의 같으며 소리의 특성도 많은 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골드문트 THA2 리뷰 링크
http://luric.co.kr/220612538940
사진에서는 똑같은 앰프 두 대를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쪽이 THA2이고 아래쪽이 THA3입니다. THA2는 제가 대여했을 때 골드 로고의 파랑색 보호 필름을 벗겨둔 상태이며 THA3는 보호 필름이 그대로 있습니다. 늘 그렇듯... 보는 순간 소유욕을 자극하는 골드 로고 플레이트입니다.
보시다시피 두 제품의 외적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단, 저는 골드문트 사운드를 충분히 체험해보았기에 두껍고 무른 느낌의 알루미늄으로 된 무광 은색 케이스에서 얼마나 선명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오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물건 속에는 이런 저런 기술이 숨겨져 있지만 골드문트 기기는 특히 진동 억제 설계의 하이엔드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그 외에는... 자세히 살펴보면 THA3는 케이스 전후면의 작은 글자들이 조금 더 굵고 선명하게 되어 있으며, USB-B 포트의 방향이 위아래로 반대입니다. 골드 로고의 음각 글자가 조금 다르다는 점도 식별자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제품의 사용법도 THA2와 동일합니다. THA3의 차이점은 결국 소리에서 나온다는 뜻입니다.
*골드문트 THA3에서 몇 가지 참조해둘 점
1) B타입 USB, Toslink 옵티컬, RCA 코엑시얼, RCA 아날로그 입력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입력단 옆에 있는 시리얼 포트는 RS232 커맨드 커넥터입니다. 제품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할 때 사용되므로 오너가 신경 쓸 일은 없겠습니다.
2) THA3는 트랜지스터 앰프이지만 골드문트에서는 제품의 전원을 켠 후 15분 정도 기다려서 내부 기판의 온도가 약 섭씨 55도에 도달할 때까지 대기하라고 권장합니다. 제품의 번인 권장 기간은 50시간입니다.
3) 바이노럴 모드는 디지털 입력과 아날로그 입력 모두에서 동작합니다. 아날로그 입력도 제품 내부의 ADC를 거쳐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을 하기 때문입니다. 스테레오 음반을 감상할 때에는 어느 모드로 감상하든 자유이지만 원래부터 바이노럴 레코딩으로 제작된 음반은 스탠더드 모드를 사용해야 합니다.
4) THA3에도 게인 셀렉션(Gain Selection) 기능이 들어있습니다. 단, 게인 변경을 하려면 제품 뚜껑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골드문트 딜러에게 문의하면 직원이 와서 바꿔준다고 합니다. 원래 게인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하이 게인 옵션을 쓰실 일은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 헤드폰과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을 함께 사용하겠다면 하이 게인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소리가 너무 크게 될 것입니다.
5) THA2와 마찬가지로 THA3도 사용 환경의 접지와 전기 품질에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다른 골드문트 기기들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죠. 또한 앰프에 원래 화이트 노이즈가 있습니다. 감도 높은 헤드폰을 연결하면 스으~하는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그래서 THA3에 이어폰을 연결하는 것은 권하지 않으렵니다.
(*하편 : 비교 청취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