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테니스 사용기라는 글이었는데 테니스와 영어를 비교하는 글인데, 이번에는 최근의 경험에 관한 글을 덧붙여서 여기 다시 한 번 각색해보려고 합니다.
성인이 되어 무언가를 새로이 배울 때 재능이라는 건 얼마나 관여할까?
테니스의 세계에서는 저는 정말 재능이 없었던 거 같아요. 흔히 말하는 운동신경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20대처럼 발이 빠르지도 않았어요.
2년 째 테니스를 하고 있는 저의 포핸드는 다른 사람들처럼 유연하게 앞으로 라켓을 던지지 않고, 여전히 당기면서 치고 있고, 백핸드는 면은 갖다대지만, 회전이 하나도 안 먹고 있었으니까요. 백발리는 이제 공이 뜨지는 않고 깔리긴 하는데 정확히 힘을 어떻게 주면서 궤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메카니즘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구력이 1년이라는데, 실력이 출중하신 분들도 엄청 많더군요. 저는 2년이 넘어서 테린이 대회를 참가하지는 못하지만(남자는 테린이 대회 구력 제한이 2년 이내), 요즘 남자 테린이 대회 구경하면 저 사람들이 과연 테린이인가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역시 뭔가를 습득하고 체화하는데 관련된 재능이 정말 중요한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능이 모든 걸 해결할까?
테니스 동호인들의 실력을 나누는 잣대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 대표적인게 NTRP 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NTRP 수준이면 이런 플레이를 할 것이다라고 나오는 영상이 나오는데 그걸 참조한다는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테린이들은 대부분 1.5~2.5 사이에 존재한다고 하면 될 것 같고, 4~5년 이상을 쳐야 확실히 중수 레벨인 3.0 레벨로 들어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대회 입상 기준으로 많이 실력을 나눈다고 합니다. 테니스 동호회 단체가 크게 KATA, KATO, 생활체육 이렇게 3개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가하는 KATA랑 KATO는 생각보다 대회 레벨이 2가지 정도 밖에 없어요.
KATA의 경우는 신인부, 오픈부 / KATO의 경우는 챌린저부, 마스터부
처음에 이 신인부가 테린이부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신인부는 구력 10년차인 사람들이 수두룩한 정글이지요. 이 신인부에는 신인부 대회 우승자들이 참석할 수 없습니다. 반면 오픈부에는 누구나가 참가 가능하지만, 신인부 우승자들이 많기 때문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레벨이 훨씬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신인부 본선진출 했다, 8강 정도 간다 이러면 바로 그 사람의 레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신인부라는 곳에서 입상을(4강 내) 한다던지 아니면 본선 진출한다는게 재능만으로는 되는게 아닌 것 같았어요.
지속적으로 테니스 치는 시간의 절대량도 늘려야 한다는 시간의 제약, 레슨을 꾸준히 받는데 필요한 경제적 자원의 제약, 그리고 같이 테니스를 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 다양한 input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잃어가고 있는 self-esteem(자존감)
처음엔 제대로 게임같은 게임만 해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한 테니스 레슨이었습니다. 그러다 게임이 3구 5구 랠리가 되면서 재밌어 지니까 어느덧 이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지면 기분이 별로이기 시작했어요. 게임의 승패가 갈리는 종목이다 보니 늘 그랬던 거 같아요
뭐 제가 여기 올리는 글이 항상 처연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주 져서 그래요.
클럽에서 구력에서도 밀리고, 다른데서 치면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은 나이가 어려서 공사다망해서 자주 보기 쉽지 않구요.
최근엔 그렇게 테니스가 재미있지가 않았어요. 오픈 카톡방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치면서 재미를 찾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고, 계속 안 치면 안 그래도 잘 못 치는데 더 못칠까봐 하는 압박감에 그렇게 많이 친것 같아요.
테니스가 나의 밥벌이가 아니니 매일매일 하루에 8시간 이상을 투자할 수 없고, 받혀주는 피지컬 혹은 운동신경도 없으니 나는 NTRP 3.0도 못 가볼려나보다 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다른데서 찾은 self-esteem(자존감)
저는 이상하게 영어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도 그냥저냥 해도 외국어 영역 수능 점수는 잘 나왔던 것 같고, 운좋게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나서는 토익이랑 토플(따로 공부)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거 같아요. 영어 회화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덕분에 해외출장을 고만고만하게 다녀올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나름 영어에 재능이 있었던 거지요.
물론 시간이 지나고 정말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컨퍼런스 콜에서는 멘붕이 왔었습니다. 이 때도 유학파에 밀려서 자존감이 떨어지기는 했었어요. 이런 상황이 결국 제가 미국에 있는 대학원으로 진학하게된 계기가 되었지만 여튼 재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얼마전 주말에 영어스터디 모임을 다녀왔습니다.
좋더군요. 우리 영어 모임에 자주 나올 생각이 없느냐라고 정중하게 물어봐주셨던 분도 계셨고, 다들 친절하게 말도 많이 걸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오픈부 입상자가 테니스 클럽에 가면 이런 상황이지 않을까 상상해봤습니다.
우리 클럽에 자주 놀러와라, 클럽에 등록해라. 테니스 몇 년 쳤느냐. 계속 관심을 보여주면서 대화를 해주셨던 걸 기억해보면 확실히 영어스터디 모임가서 '나도 잘하는게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위로가 되었습니다.
영어 스터디는 무슨 승부를 보는 것도 아니니 그냥 편안하게 사람마다 돌아가면서 말하고 나름 힐링했던 것 같아요
성인으로 새로운 걸 익혀서 능숙해진다는 것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관심과 열정만 있고 재능이 없는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자란 재능을 보완해줄 수 있는 시간, 경제적 여유, 타인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단단한 멘탈, 그리고 계속 이 운동을 같이 해나갈 수 있는 비슷한 실력과 상황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우연(특히 테니스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칠 수 있는 사람과 상황들이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새로운 취미 혹은 관심거리에 능숙해지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테니스에 계속 동기부여하면서 재미있고 실력이 상승하는 방법을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가장 큰 건 요즘 레슨을 안 받은지 한 4개월 정도 된 점인것 같습니다.
2년 정도 레슨 받아서 안 받고 쳐볼려고 하는데, 다시 레슨을 받아야 하나 아니면 조금 더 참고 그냥 해보다가 원포인트로 포핸드만 다시 한 두달 받을까 고민 중입니다.
조금만 더 빨리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하다가도, 아니 이게 이렇게까지 고민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오늘 날이 풀려서 테니스 치기 좋은 날 같습니다. 다들 안전하고 재미있게 테니스 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배운다' <- 이 자체가 아주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근 배드민턴을 가볍게 2시간정도 했는데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따로 배운적은 없지만 테니스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게 있는지 꽤나 잘 쳐지더라구요~
테니스와 배드민턴 서로 다른 종목이지만 유사성이 있다보니 잠깐 외도를 해도 테니스가 삭제되진 않겟다라는 생각, 어쩌면 더 도움이 될수도 있겠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또 올해부터는 달리기도 시작해볼 셈입니다 달리기도 무턱대로 달리는게 아닌 잘 달리는법이 있는거같더라구요
동기부여를 찾아 테니스를 지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다른 운동 살짝 찍먹 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다른 종목에서 비슷한 구력이신 분들보다 빠르게 성장하시는걸 보시면 말씀하신 자존감이 올라가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다 다시 돌아오셔요!)
가장 어려운 건 혼자하는 운동이 아닌 가족과 같이 운동하면서 가족을 계속 동기부여 시켜주는게 어렵네요 ^^ 저도 못쳐서 동기부여가 요새 안 되는데 다른 한 명도 으쌰으쌰 해줘야 하니
즐기면서도 진지하게 하려는 마음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운동신경 없는 테린이라 그런지, 글에 많은 공감과 위로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 운동 해보고..배드민턴은 잠깐 라켓잡고는 비록 초급대회지만
나가서 우승도 해보고 했는데 역시 테니스만한게 없더라구요
테니스가 좀 어렵긴해요..
그런데 그 어려움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더 잼나고 중독성이 크더라구요
길게보고 하시면 꾸준히 느는 실력과 함께 더 큰 재미를 얻을거라고 봅니당..
그리고 운동도 다 사람관계라..어떤 사람과 운동하는지가 참 중요하더라구요ㅠㅠ
주변에 좋은 파트너 한둘만 있어도 참 운동하기 좋을텐데...고게 젤 어려워요
확실히 그 어려움이 계속 다시 치게끔 하는 거 같아요. 이런 공은 더 잘칠 수 있었는데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게 하더라구요.
확실히 사람과 코트 시간 이게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
요즘 제 와이파이가 테니스가 자꾸 재미없다고 해서 어떻게든 설득을 하려 하는데 저도 조금 지치네요. 저도 요즘 공이 너무 안 맞고 그러니까 저조차도 막 옛날에 그 재미있는 얼굴이 안 나와서요. (레슨을 그만둔 댓가 ㅠㅠ)
그리고 요즘 대중화 되었지만, 아직도 제 와이파이 같은 테린이들한테는 코트 여건이 그렇게 쉽게 열려있지 않네요.
와이파이랑 같이 시작한 친구들도 요새 흥미가 떨어져서 그 테린이 그룹이 전반적으로 텐션이 떨어져 있는 거 같아요
40후반의 나이 인데... 이제 구력은 7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어서 엄청 열심히 쳤습니다.
유투브로 공부도 많이하고 레슨도 매일 열심히 받고
그렇게 재미 붙이며 치다보니 4~5년차가되어 테린이 클럽에서 활동하다가
고수들이 많은 클럽에 가입하게되어 정말 다른 세계에 들어가
열심히 졌습니다. 거의 40연패를 한적도 있습니다. 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최소 일주일에 2~3회는 꼭 코트에 나가려고 노력하고
안되는게 있으면 예전에 레슨 받았던 코치 찾아가서 여쭤보고 교정하고
아니면 클럽내 고수분들께 여쭤보고 교정하고...
뭐 그렇게 버티다보니 이제 3게임하면 1게임 정도는 이기고 있습니다.
클럽내에 A조~D조가 있는데... 현재는 B조에 올라 갈 것 같아요.
버티고 꾸준히 하다보면 올라가는게 테니스 인 것 같습니다.
클럽내 A조는 꾸준히 하시면 올라갈 수 있고
지역 동배부 8강은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상은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계속하시다보면
언젠가는 비슷한 레벨이 되어 있을 것 입니다.
저도 최소 일주일에 3번은 나갈려고 하는데, 이제 제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대회를 가야 실력이 늘고 성장이 된다고 하는데, 마음에 맞는 대회 페어 찾기 정말 쉽지 않네요 ㅠ
더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