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거의 눈팅족 피쓰비입니다.
찰칵찍당에 가입인사 드립니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고등학교 친구녀석이 군대가기전 필름카메라는 안쓰면 녹슨다며 미놀타 X-300을 던져주고 갔습니다.
시원한 뷰파인더와 손에 감기는 셔터감의 매력에 사로잡혀 대충 사용법만 익히고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약 40여일의 배낭여행 기간동안 하루에 필름 1통씩만 찍는다는 생각으로 필름 40통 정도를 챙겨서 갔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을 한컷 한컷 소중히 마음에 담고,
한국에 돌아와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화를 했는데,
제가 찍었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운 결과물을 보며 필름카메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마침 카메라를 좋아하던 아버지 장농을 뒤져보니 여러가지의 보물같은 필름카메라와 맨프로토 삼각대 등이 튀어나오며 필름카메라에 대한 열정에 불이 붙었고
충무로 어느 낡은 카메라 가게에서 Nikon F3와 만나게 됩니다.
지금봐도 너무나 아름다운 디자인과 셔터의 묵직함, AA배터리 8개가 들어가는 모터드라이브를 통해 기계적으로 필름이 감기는 감각, 모든 노출과 조리개를 내가 다 결정해야 되는 수동방식..
너무나 불편하지만 모든게 매력으로 느껴지는 좋은 카메라였습니다.
그렇게 F3와 함께 전국을 여행다니며 20대의 시간을 채워 나갔습니다.
(※ 예전 사진들은 백업이 안되어있어서 거의 남아있지 않고 블로그에 몇개 남아있는 사진들만 올려봅니다.)
순천만의 노을지는 모습을 찍기 위해 한 겨울에 바람부는 벌판에서 몇시간동안 서있었던..
자주 찾아가던 남한산성의 저만의 포인트(?) 였습니다.
서울의 불빛을 바라보며 저 많은 불빛 중에 내 불빛 하나 없다는 현실을 느끼곤 했었죠.ㅎㅎ
붕어섬으로 유명한 옥정호..
자동차도 없던 시절 무작정 고속버스와 걸어걸어 주변 숙소를 잡고
새벽 4시쯤 산에 올라가서 해뜰 무렵 운무가 펼쳐지는 장면을 찍었던 사진입니다.
사실 정말 아무생각 없이 혼자 갔는데, 그 시간에 마침 사진찍으러 올라가는 작가님이 계셔서 같이 등반을 해서 지금까지 살아있는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정말 사진에대한 열정으로 20대의 시간을 보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바쁘게 살다보니 사진 찍을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그렇게 과거의 취미가 되는듯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40대가 되면서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던것이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니 역시 사진이었습니다.
그렇게 꿈에만 그리던 라이카를 사기로 결심을 하고 매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아..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M11을 사러 매장을 방문하였는데, 막상 조작을 해보니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저는 혼자 다니며 풍경을 위주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수동카메라의 방식이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의 저는 원숭이 처럼 뛰어다니는 아들 두녀석과 강아지..와 함께 하며 그 시간을 기록하기에는 수동카메라의 방식은 매력이 아니라 불편함으로 다가오게 되더군요.
결국 몇일을 고민하다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건 아이들의 모습을 찍어줄 수 있는 카메라이고,
혼자 다닐 수 있을때의 나에게 M을 선물해주겠다는 자기합리로 일단 Leica Q3모델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아이폰도 필요하고 아이패드도 필요하고 맥북도 필요한것과 같은 느낌... 결국 진리의 둘다;)
쓸데없이 비싼 똑딱이라는 소리도 듣지만
주미룩스렌즈 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과
무엇보다 애플제품과의 연동이 너무나 빠르고 유연하게 잘 되어 있어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핸드폰과 공유하는 것이 너무나 쉽게 느껴졌던 포인트가 가장 좋았습니다. (Leica FOTS앱과의 연동은 정말 최고입니다.)
거의 20년만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구입하다보니 여러가지 과거의 생각들이 스쳐가서 기록해 보았습니다.
나중에 저희 아이들도 커서 제가 그랬듯, 제 방에서 라이카 카메라를 찾아내고 사진의 매력에 빠지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봅니다.
앞으로 종종 사진 남기며 40대를 채워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사진 자주 올려주세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