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에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영화 내외적으로 어떤 결기 같은게 느껴지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전부터 화제작이라 이 영화의 내용이나 배경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 거고,
이 영화를 모른다 해도 어떤 분들은 12.12쿠데타 에 대해 아실테니 내용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영화는 초중반부터 전두광, 이태신을 두 인물을 축으로 역사와 같이 시간대로 진행해가면서
점점 두 캐릭터의 아궁이에 더 많은 장작을 붓는 것처럼 고조됩니다. 감독의 인터뷰로는 원래의 시나리오는
전두광에 촛점을 맞춘 안티히어로 스타일의 영화였는데, 본인이 느낀 바로는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도
필요하다 느껴서 역시 진압군 쪽 인물 중 한 분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태신 을 부각시켜 만들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두 인물로 대변되는 역사적 갈등의 드라마틱하게 전개시킬 수 있었다고 느껴집니다.
또 군사작전과 비슷비슷한 인물들 때문에 헷갈릴 관객들을 위한 적절한 자막설명이나
지도의 CG 활용은 이 사건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전작 <아수라>가 전체적으로 과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절제된 느낌이 있어 후반부의 비장함이 강렬했습니다.
또 결기를 말하고 싶은데, 저는 다른 영화인 <1987>을 볼 때도 느꼈지만 '영화인들의 결기' 같은게 느껴졌습니다.
그 영화도 그렇고 본작도 그렇고, 굉장히 많은 영화에서 주연급 혹은 비중있는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몇 분 안되는 장면이나 대사,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이 사건들도 영화로 기록해야한다" 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영화를 본 감상과 하고 싶은 말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갈 길은 멀고 해는 서산 마루에 걸렸어도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하는 자의 것이거늘"